산길 겨울 풍경
Posted 2013. 1. 2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올 겨울엔 기온이 많이 내려간 대신에 눈이 솔찬히 와서 두 달 연속 산길이 온통 눈으로
덮여 있다. 강원도나 호남 지방 같은 폭설은 아니어도 녹을 만 하면 다시 적당히 눈이 내리는
바람에 황량한 겨울산을 하얗게 수놓은 풍경이며, 뽀드득 산행이 조심스러우면서도 심심하지
않아 좋다.
목요일 점심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는데 초입의 바위를 낀 개울가가 두껍게 쌓인 눈밑으로
얼어붙어 있고, 다시 그 밑으론 아직 살아 있는 개울물이 소리 없이 흐르고 있었다. 봄 가을에는
졸졸 흐르다가, 한여름 큰 비라도 내린 뒤엔 폭포수까진 아니어도 제법 수량이 흘러 넘치면서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흐르는 땀을 씻어주던 시원한 계곡물인데, 완전히 눈과 얼음에
파묻히지 않고 봄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것 같았다.
바윗가를 흐르던 눈 녹은 물이 기온이 내려간 밤 사이에 더 이상 낙하를 멈추고 한데
엉겨붙어 고드름이 되었다. 못처럼 생긴 날렵한 녀석들도 있지만, 30cm는 족히 돼 보이는
제법 굵고 길다란 것들도 여럿이다. 이 정도 두께면 손으로 툭툭 쳐도 쉬 부러지지 않는다.
날이 풀려도 아마 한동안 저러고 있을 것 같다.
대여섯 해 전, 처음 점심산책을 시작했을 땐 계원대 후문으로 나가 저 개울가부터 시작해
처음 나오는 능선까지 올라갔다 내려오곤 했다, 경사가 제법 있어 높이로는 백 미터가 조금
넘고, 거리로는 3-4백 미터쯤 되는 곳이다.
처음 한 달은 거친 숨을 몰아 쉬면서 왕복 30분이 넘게 걸리면서 중간에 몇 번을 쉬어야
했는지.^^ 그러다가 조금씩 단축되면서 슬슬 다리 근육을 키워준 고마운 곳이다. 그럭저럭
수백 번을 오르내리면서 점점 좌우 능선길을 따라 거리를 늘려가고 산행의 즐거움을 익히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
산에 오르거나 산길을 걷다 보면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에 감사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엔 언제 다음 계절이 오려나, 하는 기대와 기다림 같은 게 생겨난다. 특히 조금 익숙한
곳일수록 다른 계절이었을 때의 풍경이 그려지면서 걸음은 지금이지만, 마음은 한참 뒤의
날들에 가 있을 때도 있다. 그런데 조심해야지, 이럴 때 꼭 넘어지기 쉽다.^^
덮여 있다. 강원도나 호남 지방 같은 폭설은 아니어도 녹을 만 하면 다시 적당히 눈이 내리는
바람에 황량한 겨울산을 하얗게 수놓은 풍경이며, 뽀드득 산행이 조심스러우면서도 심심하지
않아 좋다.
목요일 점심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는데 초입의 바위를 낀 개울가가 두껍게 쌓인 눈밑으로
얼어붙어 있고, 다시 그 밑으론 아직 살아 있는 개울물이 소리 없이 흐르고 있었다. 봄 가을에는
졸졸 흐르다가, 한여름 큰 비라도 내린 뒤엔 폭포수까진 아니어도 제법 수량이 흘러 넘치면서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흐르는 땀을 씻어주던 시원한 계곡물인데, 완전히 눈과 얼음에
파묻히지 않고 봄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것 같았다.
바윗가를 흐르던 눈 녹은 물이 기온이 내려간 밤 사이에 더 이상 낙하를 멈추고 한데
엉겨붙어 고드름이 되었다. 못처럼 생긴 날렵한 녀석들도 있지만, 30cm는 족히 돼 보이는
제법 굵고 길다란 것들도 여럿이다. 이 정도 두께면 손으로 툭툭 쳐도 쉬 부러지지 않는다.
날이 풀려도 아마 한동안 저러고 있을 것 같다.
대여섯 해 전, 처음 점심산책을 시작했을 땐 계원대 후문으로 나가 저 개울가부터 시작해
처음 나오는 능선까지 올라갔다 내려오곤 했다, 경사가 제법 있어 높이로는 백 미터가 조금
넘고, 거리로는 3-4백 미터쯤 되는 곳이다.
처음 한 달은 거친 숨을 몰아 쉬면서 왕복 30분이 넘게 걸리면서 중간에 몇 번을 쉬어야
했는지.^^ 그러다가 조금씩 단축되면서 슬슬 다리 근육을 키워준 고마운 곳이다. 그럭저럭
수백 번을 오르내리면서 점점 좌우 능선길을 따라 거리를 늘려가고 산행의 즐거움을 익히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
산에 오르거나 산길을 걷다 보면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에 감사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엔 언제 다음 계절이 오려나, 하는 기대와 기다림 같은 게 생겨난다. 특히 조금 익숙한
곳일수록 다른 계절이었을 때의 풍경이 그려지면서 걸음은 지금이지만, 마음은 한참 뒤의
날들에 가 있을 때도 있다. 그런데 조심해야지, 이럴 때 꼭 넘어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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