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꽃나무
Posted 2013. 2. 18.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와이카토 대학 기숙사 앞 잔디밭에 빨간 꽃이 활짝 피다 못해 후두두둑 떨어져 있다. 강사 숙소를 나서면 바로 보이는 바로 옆 동인데, 뉴질랜드의 여름이 시작되는 11월 20일 경이면 꼭 이런 풍경을 보여 준다. 기숙사가 2층 건물이고 흰색 벽돌인데다가 청소까지 잘해 놓고 워낙 깔끔하게 꾸며 놓아 어찌 보면 단조로운 구석마저 있는데, 그나마 이 나무가 있어 덜 심심하게 해 주었다.
꽃잎들은 대부분 나무 바로 아래 잔디밭에 모여 떨어져 있지만. 개중엔 이 컬러풀한 콘트라스트를 봄내려고 가능한 한 멀리 떨어져 있으려는 녀석들도 보인다. 제 힘만으로는 그리 못했을 테고, 길 가던 바람의 힘을 빌렸을 게 뻔하다. 한 번쯤 저 빨간 잎으로 잔디 위에 하트를 그리거나 무슨 글자를 써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냥 그대로 두기로 했다.
꽃이 벌써 다 진 건지, 아니면 원래 꽃이 피지 않는 나무인지 초록색 나무가 초록색 잔디 위에 서 있다. 꽃이 피는 나무는 그들대로, 이렇게 피지 않는 나무는 또 이들대로 정이 간다. 이 나무엔 오렌지색 열매가 맺히면 어울릴 것 같다.
빨간색 꽃을 피우는 나무 가운데 뉴질랜드 사람들이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나무라 불리는 포후투카와 나무(Pohutukawa Tree)이다. 자음 반 모음 반인 걸 보니 마오리 말인데, 아쉽게도 나는 매년 11월 하순에 다녀오기 때문에 요 정도로 피어난 모습만 보고 오게 된다. 한 달 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온 나무에 빨갛게 꽃이 피어 키위들의 크리스마스를 빛내준다.
해안가에 주로 많이 심고 정원수로도 심으니 뉴질랜드 전역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한 나무인데, 크리스마스 카드에도 많이 나온다고 한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활짝 만개한 이 꽃 사진들을 볼 수 있는데, 금은색의 꽃술이 화려해 볼만하다. 이번에 올 땐 이 나무 이름을 딴 커피 원두도 한 봉 사 왔는데, 맛은 가벼운 기대와는 달리 so 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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