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Style 6 - 전통 결혼식
Posted 2013. 8. 5.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7월 첫 토요일 하라주쿠에 있는 메이지 신궁(明治神宮)을 보러 갔다. 신궁이니 신사니 해서 겁나 위엄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진 않지만, 도쿄에 왔으니 한 번 구경할 만한 곳이다. 입구와 경내에 우리네 산사로 치자면 일주문(一柱門)쯤 되는 12m 높이의 도리이(鳥居) - 고도리 할 때 그 도리로, 도라이가 아니다^^ - 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일반적으로 도리이는 빨간색이 많은데, 여긴 칠을 하지 않고 나무 본래의 결과 느낌을 살린 게 오히려 보기 좋았다. 하늘 천 자 모양이고, 세속 세계와 신당(神堂)의 경계 역할을 하고, 새로 화신한 신(神鳥)이 날아와 앉는다는 재밌는 배경을 갖고 있다.
기둥의 높이도 대단하지만 우람한 둘레가 압도적이었는데, 저런 목재를 구할 수 있었다는 게 일본의 또 다른 저력이었겠다 싶었다. 우리도 남대문 화재유실로 대들보로 쓸만한 적송과 춘양목을 구할 때 경북 봉화에서 지름이 60cm가 넘는 목재를 기증 받았다는데, 그 이상은 돼 보였고, 그 키와 무게를 지탱하게 하기 위해 돌 너트로 단단하게 기초를 다져놓았다.
아사쿠사의 센쇼지(淺草寺)에서도 봤던 손씻는 물우물과 긴 손잡이가 달린 원통형 대나무 미니 바가지가 당연히 한 쪽에 자리 잡고 있다. 관광객 중엔 무슨 효험이라도 있는 약수물인 줄 알고 떠서 마시는 이들도 있는데, 뭐 별 탈 없겠지만 그냥 손 씻는 물이다.^^ 왼손, 오른손 그리고 입술 순으로 가볍게 한 번 씻어주게 돼 있다. 뭐 안 해도 되고.^^
상하좌우가 사람 키의 열 배는 족히 될법한 아름드리 나무가 곳곳에 서 있는데, 그 중 가장 빼어난 풍모를 자랑하는 나무 아래에는 소원을 매단 나무판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다. 사무실에서 돈 주고 사서 직접 손으로 써서 걸어 놓는 방식이었다. 뭐, 우리도 기왓장 사서 이름 적게 하는 절이나 봉투에 소원 적게 하는 교회나 이런 거 비슷하게들 하는 데 많으니까, 느낌 알겠다.
사실 토요일 아침부터 메이지 신궁을 찾은 건, 고풍스런 분위기도 느낄 겸 주말에 일찍 오면 전통 결혼식을 볼 수 있다는 블로그 정보에 혹해서였다. 혹시나 했는데, 중간쯤 되는 길에서 화려한 기모노를 차려 입은 신혼 커플의 사진 촬영을 볼 수 있었고, 안으로 더 들어가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나오려던 차에 기다리던 전통 혼례 행렬을 보는 행운을 누렸다.
이 날의 주인공 신혼부부만 빨간 우산으로 햇볕을 가려주는데, 내관의 복장이 사극에나 나오는 왕조 시대를 보는 것 같다. 신랑은 검정색, 신부는 흰색으로 한껏 멋을 내고, 양가 가족과 친지들은 정장 차림으로 뒤를 따른다. 혼례식은 이미 안에서 치른 것 같고, 이 행렬은 결혼식의 종반부인 신혼부부 행진과 사진촬영 순서 정도일 듯 싶다.
행진을 마치고 본전 경내를 벗어나기 전에 중문 앞에서 마지막으로 주례의 짧은 덕담을 들으면 가족, 친지들만 남아 미리 마련된 포토존으로 가서 서열대로 앉거나 서서 기념 사진을 찍는데, 하객들부터 각을 잡게 하고, 신랑 신부 옷 매무새, 얼굴 각도, 화장 고쳐주는 데 또 하세월, 이 장면 기다리느라 20분은 족히 보낸 것 같다. 누군지 모르지만, 잘들 살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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