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먼딩 싼숭메이(三兄妹) 빙수
Posted 2014. 5. 20.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Joyful Taipei5월 중순인데도 체감온도는 벌서 여름이다. 엊그제는 오후예배 마치고 하도 더워 고대 앞 델 마르에서 자몽빙수를 먹었는데, 빙수 하면 떠오르는 건 당연히 망고 빙수. 작년 9월 타이페이 여행에서 들린 시먼딩(西門町) 골목에 있는 싼숭메이(三兄妹) 빙수집은 대만여행 맛집으로 추천이 자자한데, 그 동안은 뚱먼(東門)에 있는 빙수집만 가다가 작년에야 비로소 가 봤다.
빙수 종류만 십여 종이 훌쩍 넘는 빙수 마니아들의 낙원인 이 집은 1층과 지하층까지 테이블이 있어 빙수집치고는 제법 넓은 공간을 자랑하는데, 들어가면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벽면과 테이블까지 빼곡히 채우고 또 채운 방문객들의 낙서였다.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고, 빙수맛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는 반증일 것이다. 빨간색 티셔츠와 모자를 착용한 직원이 예닐곱은 돼 보이는데, 세련된 분위기는 아니고, 분식집처럼 편한 분위기였다.
삼형제, 삼남매, 삼자매 비슷한 가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한 가족이 하는 가게 같은데, 이런 집들 가운데 대박집이 은근히 많은 법이다. 인건비도 절약되고, 레시피 등 가게 운영 노하우도 비밀을 유지하기 쉽기 때문이다. 보통은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게 마련인데, 이 집은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놓여 있었다. 저녁을 먹고나서 9시 반쯤 되는 느즈막한 시간에 들렸는데도 1층은 거의 빈 자리가 안 보이고, 지하층까지 손님들로 붐볐다.
도대체 어떤 빙수가 이리도 사람을 끌어모으는 걸까. 60대로 보이는 란닝구^^만 입은 이 아저씨가 빙수 기계를 장악하고 있었는데, 내 짐작으로는 이 양반이 이 집 주인 아닐까 싶을 정도로 포스가 느껴졌다. 오래된 반자동 빙수 기계를 다루는 솜씨와 스피드, 카리스마가 대단했는데, 빙수맛은 토핑도 중요하지만 얼음 가는 데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다,
여섯이서 혼합 과일 빙수와 망고빙수를 하나씩 시켰는데, 그냥 얼음이 아니라 우유 들어간 얼음이 부드럽게 갈린데다가 연유를 넣어 시원하면서도 단 맛이 입에 녹아들었다. 망고 조각과 딸기와 키위 조각들이 넉넉하게 들어 있고 아이스크림까지 얹혀 비주얼도 그만이다.
요즘은 우리도 계절 가리지 않고 빙수 파는 가게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데, 팥빙수가 대종을 이루는 가운데 녹차빙수와 딸기빙수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열대과일 망고가 들어간 빙수는 타이페이에나 가야 원없이 맛볼 수 있는데, 6-7천원 정도면 두 사람이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 맛과 양, 가격 등 모든 면에서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타이페이 여행의 큰 매력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I'm traveling > Joyful Taipei'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융캉지에 까오지(高記) (5) | 2014.07.09 |
---|---|
마오콩 케이블카 (2) | 2014.07.08 |
격(擊) 자의 다른 쓰임새 (2) | 2014.02.28 |
다리 건설 (2) | 2014.01.19 |
바람 따라 퍼지는 대나무 소원 (0) | 2014.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