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擊) 자의 다른 쓰임새
Posted 2014. 2. 28.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Joyful Taipei대만을 여행하다 보면 한자를 우리가 쓰는 것과는 다르게 쓰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 중 하나가 격(擊) 자인데, "친다"는 의미를 지닌 이 한자를 우리는 보통 격투(擊鬪), 격퇴(擊退), 격파(擊破) 등에 쓰는데,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해서 눈길을 끌었다.
시외버스나 기차를 타면 안전벨트를 매라는 안내말이 붙어 있는데, 이 때도 격(擊) 자를 쓰고 있었다. 이 한자에 원래 무엇을 매거나 채우라는 의미가 있는 건지, 아니면 대만에서만 사용하는 용례인지 모르겠다. 대만 발음은 전혀 다르겠지만, 약간 우스개를 보태 읽자면 <철꺽 안전띠>쯤 되지 않을까.^^
타이페이 지하철에 붙어 있는 캠페인성 포스터엔 우리와 용례가 비슷한 격퇴(擊退)가 사용되고 있는데, 지하철내 성희롱이나 성소요를 단호하게 없애자는 의미이니 쉽게 이해가 됐다. 물론 같은 경우에 우리는 예방이라든지 주의하자든지, 좀 더 강한 표현으로는 근절(根絶)하자는 말을 쓰지, 이렇게 격퇴하자 - 쳐서 나자빠지게 하자^^ - 는 말은 안 쓴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면 지하철 성희롱 같은 걸 방지하자는 데는 우리처럼 부드러운 표현보다 대만식의 격퇴 같은 표현이 더 힘 있어 보이는 것 같다. 이런 표현이 가능한 건 성희롱을 아예 난리와 비슷하게 봐서 성소요(性騷擾)라고 부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의미에서도 대만 사회의 의식구조가 좀 더 건전하면서도 단호해 보인다.
이 포스터의 중간 아래쯤에 스스로를 보호하고 다른 사람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관심을 갖자(신고하자)는 말이 그림과 함께 있는데, 이렇게 시민의식과 공동체성을 일깨우는 거 보기 좋았다. 직접 나서는 건 못하더라도 갖고 있는 폰으로 전화 신고는 할 수 있지 않냐는 호소 때문에라도 어느 정도 성희롱을 막을 수 있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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