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여행(7) - 동피랑 벽화마을
Posted 2014. 4. 22.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요즘 통영을 찾는 사람들에게 어디를 돌아볼 거냐고 묻는다면 드라마에 나온 장사도와 함께 거의 첫 손에 꼽는 곳이 동피랑 벽화마을이다. 우리도 다른 데는 몰라도 이 두 곳은 둘러볼 생각으로 왔는데, 사실 벽화마을 하면 떠오르는 곳은 두 해 전 가을에 dong님 부부와 함께 갔던 영월 산꼬라데이 탄광촌 모운동(10/19/12)이다.
우리가 여길 간 게 금요일 3시 무렵이었는데, 제법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었다. 젊은 연인들이 많았고, 가족 단위나 친구들과 함께 삼삼오오로 찾아오고들 있었는데, 난간이 있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풍경은 생동감을 더해주고 있었다. 벽화가 그려져 있어 구경할 게 있고 사진 찍기 좋아서 고맙다는 건지, 외지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서 살아 있는 동네가 된 게 고맙다는 건지, 군데군데 땡큐 동피랑이 많이 써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집들이 누추하거나 쪼만해 보이진 않았는데, 입소문을 타고 드라마에도 나왔는지 언덕 위쪽으로 동네 카페도 두어 군데 보였다. 할머니 바리스타가 있다는 집은 나무와 어울리도록 파스텔 톤으로 가볍게 그려서 자연과 그림이 한데 잘 어울리며 앙상블을 들려주었다.
벽화가 없었다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을 작은 집들은 벽화의 효과를 단단히 보고 있었는데, 그 중 어머니를 소재로 한 포스터와 어린왕자를 덧대 그린 집은 집 크기와는 상관 없이 보는 이들에게 심원한 세계를 선사해 주고 있었다. 작은 지붕이며 우편함까지 소품으로 활용돼 그 앞에서 한참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동피랑에서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벽화는 따로 있었는데, 커다란 천사 날개가 있는 담벽으로 가는 내리막길 계단 옆에 숨어 있었다. 한 평 남짓해 보이는 시멘트 담에 스레트 지붕으로 별 특징이 없어 보이지만, 이런 곳과는 별로 어울려 보이지 않는 문짝과 창문 위로 장식한 아치형 창이 운치를 더했고, 둘러싼 나무들이 신비한 느낌마저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늘어뜨린 꽃그림으로 포인트를 주니 어디다 내놔도 손색없는 공간이 됐다.
그 다음으로 내 눈길을 끈 그림은 커다란 원 속에 그려넣은 얼굴이었는데,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평범한 캐릭터는 마치 이곳을 찾아오는 호기심 많은 관광객을 숨어 쳐다 보는 아이를 연상시켰다. 우리는 동피랑을 보러 오고, 여기 사는 이들은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까. 작은 물고기들과 해초 사이로 담벽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와 전선을 활용해 바다에 서 있는 그림은 뭐랄까, 공존과 평화를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벽화들을 구경하다 보니 앞사람들, 그 중에서도 젊은 처자들이 그림속에 자신을 집어넣고 사진 찍기에 적당한 그림들이 있었는데, 가만히 지켜보다가 청춘들처럼 발랄한 포즈는 아니지만 찬스는 기회라고^^, 슬쩍 따라해 봤다. 사랑을 잡으려는 아내와 천사 날개를 달고 어정쩡하게 서 있는 내 모습이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역시 우린 따로 있을 때보다 같이 있을 때 더 자연스러워 보였다.^^ 동피랑에서 내려다 보는 통영 앞바다는 그리 크지도 작지도, 그리 요란하지도 고요하지도, 그리 탁 트이지도 꽉 막히지도, 그리 현대화 되지도 전통에 머물러 있지도 않고 보는 이들마다 다양한 느낌을 갖게 해 주었는데, 대체로 평화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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