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깍째깍 남은 시간이 떴다
Posted 2015. 7. 6.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OSTA USA코스타 같이 큰 대회를 하다 보면 진행팀의 사전 준비와 현장 지휘 등 수고가 보통이 아니다. 책소개를 하기 위해 무대에 서면 몇 년 전부터 저 뒤로 그 전엔 안 보이던 게 보이는데, 남은 시간을 알리는 안내다. 가령 매일 10분씩 하는 나같은 경우엔 무대에 서면 10:00이 보이기 시작해 점점 줄어든다. 가끔 그 부분을 힐끗 쳐다보면서 2-3분 정도 남은 게 보이면 슬슬 마음이 급해지면서 끝내기 모드로 들어가야 한다.
이상하게도 무대나 강단에 서면 시간 조절이 잘 안 되는 이들이 있는데, 이럴 때면 진행팀은 좌불안석에 갖은 묘기로 메신저와 시간 싸움을 해야 한다. 째깍째깍 전광판 신호가 개발되기 전엔 아예 10분 전, 5분 전, 1분 전이라고 커다랗게 쓴 보드를 들어올리다가 마침내 끝내주세요란 읍소형 보드를 들기도 하고, 결국 발을 동동구르면서 양 팔을 머리 위로 올려서 가위 표시를 하기도 했다(나도 왕년에 좀 해 봐서 안다.^^).
코스타에선 나뿐 아니라 설교, 찬양팀, 간증, 광고 등 모든 무대에 서는 이들에게 이 들리지 않는 째깍째깍이 전체 진행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간혹 어떤 이들은 아예 지금 몇 분 남았다면서 남은 시간을 중계하기도 하는데, 자신에게만 필요한 걸 광고하면서 다짐하는 경우라 하겠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이들일수록 약간 시간을 오버하기 일쑤라는 것. 그러려면 뭐하러 시간 중계하나 모르겠다.^^
내가 본 째깍째깍 가운데 정말 웃겼던 경우는, 5년 전 가을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로잔대회였다. 이 대회에선 존 파이퍼를 위시해 매일 강사들이 에베소서를 이어가며 거의 한 챕터씩 메시지를 전했는데, 중간쯤 되던 날 케냐에서 온 젊은 친구가 일을 냈다. 어찌나 말을 빠르게 하던지 다들 정신없이 들으면서 따라가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었는지 주최측에서 째깍째깍을 활용했다.
보통은 남은 시간을 보여주는데, 이 친구에겐 아라비아 숫자가 아니라 영어 단어 몇 개를 띄었다. 정확하진 않아도 Too fast, be slowly please! 정도가 계속 떴는데, 우리로 치면 엑스포 전시장 같은 대형홀에 라운드 테이블들이 놓여 많은 참가자들이 이 젊고 빠른 메신저 혼자 봐야 할 메시지를 본의 아니게 함께 보게 되었다.
몇몇 테이블에서 킥킥거리는 소리가 터지기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이 젊은 메신저는 한동안 아랑곳하지 않고 템포를 늦추지 않는 강적이었다.^^ 결국 이 친구는 째깍째깍 때문이 아니라, 청중들의 반응 때문에 잠시 숨을 돌리게 됐는데, 그러고서도 전혀 스피드를 줄이지 않고 주어진 자기 시간을 채웠다. 하긴 그 상황에서 무슨 글자가 보였겠는가. 아마 내가 들었던 메시지 가운데 가장 빠르게 말하는 사람이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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