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파스가 훑고 간 풍경
Posted 2010. 9. 3. 08:05,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매섭게 몰아치던 곤파스가 휩쓸고 지나간 산길은 어지러웠다. 새벽 한나절에 그쳐
생각보다 처참하진 않았지만, 모락산길은 나뭇가지와 잎파리들로 어수선했다. 오후부터
쨍 하고 해가 떠 퇴근길에 모락산을 찾았다.옥한흠 목사님께서 소천하셨다는 소식으로
하루 종일 우울하던 차에 운동 반 호기심 반으로.
밤나무들의 피해가 가장 눈에 띈다. 좀 더 달려 있으면서 안으로 익기를 기다리다가
밤나무들의 피해가 가장 눈에 띈다. 좀 더 달려 있으면서 안으로 익기를 기다리다가
저절로 떨어져야 했을 밤송이들과 밤나무 잔가지들이 온 산을 나뒹굴고 있었다. 밤송이야
누군가 집어갈 테고, 잎사귀들은 다시 바람에 날리거나 옆으로 모아져 양분이 되겠지만,
그 양이 너무 많아 보인다. 아마 평지였으면 수십, 수백 명이 빗자루를 들어야 했을 터.
등산로 초입에 나무 몇 그루가 쓰러져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아름드리 큰 나무였다.
바람이 그를 쓰러뜨리진 못했을 것이고, 거세게 몰아닥친 번개와 천둥이 비와 바람과
합세해 이 큰 나무를 꺾고 쓰러뜨렸을 것이다. 뿌리를 드러낸 자리가 꽤 크다.
사인암에 올라 사방을 보니 같은 하늘인데도 풍경이 방향에 따라 많이 다르다. 수리산이
있는 산본 방향은 아직 두꺼운 구름이 덮여 있어 어두운 가운데 석양을 준비하고, 관악산 앞뒤
과천과 서울 방향은 구름이 많이 걷혀 시야가 좋다. 두 산이 오전과 오후의 하루 풍경을
양분해 보여주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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