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는 기쁨
Posted 2016. 10. 2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두어 번 가 본 검단산 너덜 구간은 다 끝났나 싶은 맨 마지막 부분에 바로 오르긴 조금 어려워
보이는 바위가 나타난다. 전에도 바로 밑을 지나면서 보긴 했는데, 아랫쪽 바위가 높이며 각도가
첫 걸음 옮기기가 다소 버거워 보여 그냥 지나쳤는데, 두어 주 전에 뒤쫓아 오던 이가 잠깐 사이에
성큼성큼 오르더니 바로 사라졌다. 날다람쥐가 따로 없었는데, 흉내를 내볼까 발을 올리려 하니
생각과는 달리 엄두가 나지 않아 두어 번 해 보다 포기하고 옆으로 난 길로 지나쳤다.
꼭 바위 위에 올라야 더 좋은 풍경을 보는 건 아니지만, 동네산에서도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잠깐이지만 탈 수 있는 바위가 있다면 오르는 재미가 배가된다. 물론 약간 힘들고, 한시라도 주의를
놓치지 않아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오른 뒤의 만족감과 그 위에서 조망할 수 있는 풍경 때문에라도
약간의 용기와 수고를 감행하게 된다. 조만간 한 번 더 도전해 볼 참이다. 바위 위에서 바라본
팔당 쪽 예봉산 줄기와 운길산 그리고 뒷편의 양평 쪽 산들이 겹겹이 펼쳐졌다.
바위 오르는 얘기를 꺼냈으니, 내가 올랐던 바위산 가운데 가장 드라마틱헸던 건 역시 3년 전
여름에 두려움과 난감함 속에서 감행했던 요세미티 하프돔이다. 한밤중인 3시에 깜깜한 밤하늘
별을 보며 출발해 동이 터오르고 6시 반쯤 말로만 듣던 저 민머리 화강암 덩어리 앞에 섰을 때
압도해 오던 압박감, 그리고 60도 각도의 깎아지른 바위에 양쪽으로 설치된 케이블.
이거 뭥미, 하면서 얼떨결에 붙잡고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몇 걸음 오른 뒤 위도 아래도
쳐다보지 못한 채 얼어붙어 버렸고, 왈칵 밀려오는 두려움과 후회 그리고 공포는 지금도 생생하게
각인돼 있다. 그래도 어째어째 째깍째깍 콩당콩당거리던 그 일생일대의 순간도 흘러갔고. 낑낑거리면서
마저 걸음을 떼서 결국 2, 30 분 뒤엔 전혀 다른 세계를 펼쳐보이는 정상에 올랐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앞에서 망설이다가 심호흡 한 번 크게 하고 다시 감행하지 않을까 싶긴 하다.^^
2014 하프돔 등정기 1 (8/1/14) 등정기 2 (8/2/14) 등정기 3 (8/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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