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
Posted 2017. 1. 1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겨울 산길은 황량하다. 상록수들이 군데군데 있긴 해도 대체로 빛 바랜 갈색과 회색들인지라
활력이나 생동감을 느끼기 어렵다. 산에 올 때마다 주머니에 디카를 넣지만 크게 눈에 띄는 것도
없고. 추위라도 몰아치는 날엔 서둘러 발걸음만 옮기게 되기 때문에 아예 꺼내지 않는 날도
있다. 멈춰 바라보지 않으니 이야기꺼리도 줄게 마련이다.
그래도 간간이 눈에 들어오는 겨울풍경이 있다. 그 많던 나뭇잎들을 모두 떨어뜨리고 가지만
남아 고개를 젖혀 보면 실핏줄들이 흐르는 혈관처럼 보이는 나무 위 하늘이 그런대로 볼만하고,
이렇다 할 게 없어 보이는 마른 낙엽들 사이에서도 시간이 흐르면서 나름 눈길을 끄는 모습으로
변해 가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콩깍지처럼 생긴 아카시아 나무 씨앗들은 열 개쯤 있던 게 반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반만
남아 있었다. 누가 일부러 이렇게 빼 먹기도 어려운데, 한 칸 건너 하나씩 가지런히 자리 잡고
있는 게 신기했다. 한데 열렸지만, 씨앗 색깔은 자동차 라인업인양 검은색과 진회색, 갈색까지
다양했다. 흔하디 흔한 상수리나무 낙엽 가운데 부분엔 작은 구멍들이 많이 생겼다. 꼭 새가
쪼은 모양샌데, 흐트러지지 않고 제법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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