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의 탄생
Posted 2017. 8. 1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트레이더스 안쪽으로 들어가면 각종 야채와 과일을 파는 시원한 방이 따로 있는데, 야채 역시 다른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싸긴 한데 포장이나 묶음 단위가 커서 카트에 넣을지 말지 늘 망설이게 된다. 요즘 수요일 저녁은 내가 밥 당번을 하는 일이 많아 쉐프의 자격으로 청경채와 숙주 한 봉지씩을 골랐다.
겨우 꽁치캔 털어넣는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정도로 음식 조리의 걸음마만 뗀 단계에서 늘 다음 미션은 나물을 만들어 보는 건데, 마음은 굴뚝 같지만 엄두가 잘 안 나 계속 미루던 차였다. 나물이 뭐 별 거 있나, 살짝 데치거나 삶아 무치기도 하지만, 재료를 씻어 잘 볶아주면 되겠지 하면서 도전해 봤는데, 식용유에 두 야채를 숨이 죽을 정도로 살짝 볶은 다음 굴쏘스로 간을 했다. 대만이나 일본에서 먹는 청경채 볶음 맛을 떠올린 것이다.
얼추 됐다 싶을 때쯤 썬 파와 간 마늘, 고추가루와 깨를 적당량 투입하고 약불에 좀 더 볶아 주었다. 뭐, 아내가 만든 나물맛까진 아니어도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드디어 나물의 세계로 입문했다는 스스로의 즐거움과 대견함이 컸고, 다음 번 나물 만들 땐 재료에 따라 레시피 좀 보면서 맛과 간에 신경을 써야겠단 교훈을 얻었다. 오늘의 결론, 찌개가 그랬듯이, 나물도 일단 해 보면 되는 거였군. (음~ 제대로 맛이 안 나고 이상한 게 나올까 봐 잔뜩 긴장하면서 했다는 게 행간에 읽혀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