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고기 브라이
Posted 2010. 11. 3. 00:34, Filed under: I'm traveling/Wonderful CapeTown케이프타운에서 양고기를 먹을 기회가 있었다. 그 전에 먹은 양고기는 건대앞 조선족이 하는 매화반점에서 양꼬치와 워커힐호텔에서 먹은 양갈비 스테이크가 기억나지만, 사실 나는 양고기 맛을 잘 모른다. 양꼬치는 많이 탔고 약간 냄새가 나 대충 먹었던 것 같고, 스테이크는 누가 사 줘서 먹었지만 살 떨리는 값에 비해 양이 너무 작아 시종 우아하게 칼질하느라 맛을 음미할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대회 기간 중 하루 저녁 칼리처에서 선교하는 한인 선교사댁에 초대 받아 그야말로 배 터지게 먹었다. 우리를 위해 일부러 좋은 부위를 사 왔고, 맛있게 구어져 손바닥만한 것을 일곱 여덟 장은 족히 먹어댄 것 같다.
남아공에서는 바베큐를 브라이라 부르는데, 양고기 브라이를 정말 푸짐하게 대접받았다. 희한하게도 소금만 뿌렸다는데도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나 다른 잡냄새가 나지 않았다. 쇠고기나 돼지고기보다 맛이 좋아, 한 번 맛을 들이면 다른 고기는 찾지 않는다는 그 양고기를 와인의 나라 남아공산 Schwarz 와인을 가볍게 곁들이며 포식했다.
양고기와 소세지만도 훌륭했는데, 샐러드와 김치, 묵 등과 함께 밥과 된장국을 곁들이니 인정사정 없이 들어갔다. 선교사들을 대접해야 하건만 오히려 정성스런 대접을 받았다.
식사 후엔 초대가수의 노래도 들었다. 이번 로잔대회 참가자들 가운데는 우연히도 유명한 싱어송 라이터가 세 명이나 있었는데, 그 중에서 한동대에서 언어학을 가르치는 조준모 교수가 자작 히트곡을 부르고 있다. 조 교수는 이름만 알고 CD로만 들었는데, 차분하고 섬세한 감성에 매너가 좋은 친구였다. 마지막날 밤엔 둘이 워터프론트에 가서 한 시간 정도 쇼핑을 함께 하기도 했다. 다른 두 카수는 <많은 물소리>를 만든 황병구와 이대귀다.
좋은 식사와 찬양으로 분위기는 더할 수 없이 좋았다. 엄명흠 선교사 가족, 코스타의 곽수광 목사와 나와 함께 일하는 고직한 선교사, 장신대 신대원에서 선교학을 가르치는 김영동, 박보경 교수, 미시간에서 정신과 의사로 있는 다니엘 박 교수 등이 어울려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이날 저녁집회는 어쩔 수 없이 건너뛰어야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새벽. 우리는 차 한 대에 입곱 명이 끼어앉아 다시 사자머리 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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