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져부러
Posted 2010. 11. 4. 23:20, Filed under: I'm traveling/Wonderful CapeTown케이프타운에서 앙증맞은 폭스바겐 비틀을 세 대 봤다. 낡아도 고상해 보이고, 어떤 색을 써도 품위를 잃지 않았다. 저걸로 무슨 범퍼 노릇을 할까 싶은 허술해 보이는 앞뒤 범퍼들도 고풍스럽고, 이런저런 악세사리들도 시선을 끈다. 차 안팎으로, 앞뒤좌우로 볼 것 투성이다. 빨간 딱정벌레는 완전 꼬마 자동차 붕붕이 따로 없다. 참, 남아공은 운전석이 우측에 있다.
온통 흰색 일변도면 심심하거나 때가 탈까봐 지붕 위엔 국기를 그려놨다. 남의 나라에서 대단한 자부심으로 보였다. 하긴 한때 영연방의 일원이었으니 아마 이 차의 주인은 그 시절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나이 든 백인일지 모르겠다. 조금 더 신경썼으면 이런 딱정벌레는 수도 없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목요일 새벽 혼자 테이블 마운틴 가는 길에 멋진 주택가를 걸었는데, 나뭇가지가 살짝 덮여 있는 파스텔 톤의 패션카를 혼자 보는 호사를 누렸다. 아마 이런 차는 거친 남자보다는 심성 고운, 어쩌면 안팎으로 우아한 여성이 몰지 않을까.
세상엔 약간 후진 클래식도 있기 마련인데, 호텔에서 대회장인 컨벤션 센터 가는 길에 낡아빠진 BMW가 주차되어 있었다. 얼핏 봐선 멀쩡해 보였지만, 이 차. 앞뒤로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아, 놔~. 이렇게 앞뒤 범퍼짝 떨궈놓고 다녀도 되나 모르갰다. 무겁고 거추장스럽진 않고 뭐 달리기엔 별 문제 없을 것이다. 곧 죽어도 베엠베 엠블럼은 짱짱하게 빛나는구먼.
이쯤 되면 범퍼만 아니라 다른 부분도 무사하진 않을 터. 한 바퀴 휘 둘러보니 군데군데 뜯겨나갔고, 녹슨 게 고색창연하디. 비가 들이치지 말고, 더 뜯겨나가진 말아야 할 텐데, 세월의 흐름을 이길 장사 없나보다. 케이프타운 V & A 워터프론트(Waterfront)에선 섹시한 차도 봤다. 바닷가라 그런지 날렵한 배를 닮았다. 가만 보니 홍보용으로 전시된 차였다. 밟으면 곧장 200은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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