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나베 돈가스
Posted 2018. 4. 2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우리집에서 이마트보다 가까이 있지만 많이 가진 않는 홈플러스 1층에 베트남쌀국수를 비롯해 음식 가게들이 몇 개 생겼다. 그 중 안쪽에 자리 잡아 있는 줄 몰랐던 데가 돈천동 식당인데, 서울 몇 군데에도 체인이 있는 것 같다. 빨간색 바탕에 일본풍으로 쓴 한자와 우리말 상호가 특이했는데, 가츠동 등 돈가스를 베이스로 하는 집이었다.
1번 메뉴처럼 소개하는 김치나베 돈가스(7천원)를 시켰는데, 달궈진 납작한 질그릇에 푹 익은 김치를 넣고 끓인 다음 돈가스를 먹기 좋게 썰어 담고, 김가루를 얹은 밥 한 공기가 함께 나왔다. (나베는 일본식 냄비. 전골요리를 이르는 말인데, 한때 밀푀유나베가 주부들 사이에 유행하기도 했다.) 돈가스와 김치찌개를 함께 먹을 수 있는 퓨전 메뉴인 셈인데, 많지도 적지도 않은 돈가스 맛이 괜찮았고, 신김치를 푹 끓이고 아부라기를 얹은 뜨끈한 김치찌개도 입맛을 당겨 먹을만 했다.
한자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천동은 텐동(てんどん, 天丼)을 말하는 것 같은데, 원래 밥 위에 덴뿌라를 올린 덮밥으로 이 집은 돼지 돈 자를 쓰는 집답게 덴푸라 대신 무난한 돈가스를 얹은 것 같았다. 내가 먹었던 텐동 가운데 가장 맛있었던 집은 몇 해 전 도쿄에 가족여행 가서 첫 끼로 맛본 니혼바시에 있는 카네코한노스케 텐동(7/17/13)인데, 맛과 비주얼 그리고 가격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춰 가족 모두가 감탄하며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돈가스는 쏘스에도 찍어 먹고 김치찌개 국물에도 적셔 먹은 다음 찌개에 2/3쯤 남은 밥을 넣고 말아 먹었다. 밥 한 숟가락, 찌개국물 한두 숟가락 이렇게 먹어도 되지만, 그러면 감질맛이 나니까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남은 밥을 투하해 먹는 게 좋다. 주의할 점은, 밥을 한 번에 다 말지 말고 추어탕 먹을 때처럼 두세 번 나눠 말아 먹어야 다 먹을 때까지 국물량을 조절할 수 있다. 비주얼에 비해 제법 괜찮은 맛이 났고, 한 번에 두 메뉴를 먹은 셈이라 포만감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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