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작별
Posted 2010. 11. 19. 11:42, Filed under: I'm churching/House Church
어제 을을 만났다.
을이 식기도를 하고 함께 밥을 먹었다.
아이들과 일 얘기 등을 가볍게 했다.
식사 후에 아주 짧게 몇 마디로 을이 갑에게 고마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확실히 결심한 거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간단히 대답했다.
그리고 일어섰다.
어제 저녁 한 시간 남짓 담임목사를 만났다. 교회에 두 주를 나가지 않자 부목사를
시켜 전화하게 하더니, 6주(로잔 때문에 실제로는 4주)가 지나자 그제서야 전화를
걸어왔다. 요즘 볼 수 없는데 이유가 뭐냐고? 교회를 옮길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간단히
한두 가지 이유를 말하자, 한 번 만나서 얘기하자, 떠나는 것도 좋게 해야 한다면서 약속을
잡았다. 솔직히 부담은 됐지만, 어차피 한 번은 치러야 할 일, 약속을 잡았다.
만나면 속에 있는 거 다 얘기하지 말고 간단히 좋게 끝내라고, 결정적인 한 방 날리면
안 된다고 말로, 문자로 신신당부하던 로즈매리는 예상보다 일찍 들어서는 내게 어땠냐고
묻고는 그냥 그랬다고 말해주자,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지었다. (뭘 기대했는데?)
만남과 대화 자체는 어색하거나 부담스럽지 않고 산뜻했다. 그간의 컨텍스트를
빼고 어젯밤의 텍스트만 보면 별 군더더기 없이 쿨한 만남이었다. 마치 오랫만에
만나 밥 한 번 먹자는 약속을 이행한 것 같은 시간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는 역시 A타입을 택했다. 나도 편한 자리는 아니었지만,
그에겐 더더욱 불편하고 부담스러웠을 자리를 아무 일도 아닌듯이 가볍게 웃고 먹으면서
좋게 마무리하는, 평소의 그다운 선택이었다. 중이 절이 싫어 떠나겠다면 굳이 붙잡지
않겠다는. 근데, 어쩌지? 난 중이 아니라 양인데.^^
B타입? 상상하자면 이런 거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Pause) 잘 가라, 정도.
C타입? 이유가 뭐냐, 꼭 이래야겠냐, 참고 한 번 더 잘해볼 수는 없겠냐, 나도 고치고
잘해보겠다, 정도. 물론 여기엔 많은 복기와 비판적 분석이 따르면서 약간의 고성이
오갈지도 모르겠다.
을이 어떤 쪽으로 나왔든 갑의 결심이 흔들리거나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A타입은 조금 그랬다. 로즈매리가 더 황당해 하고 어이없어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고깟 밥 먹자고 부른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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