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에게, 나는 그에게
Posted 2010. 11. 21. 16:55, Filed under: I'm churching/House Church
요 며칠 이 제목이 머리를 맴돈다. 보통 제목은 맨 마지막에 짓는데, 이번엔 제목에
맞춰 봤다. 앞엣건 차차 생각해 보기로 하고, 이런 제목을 촉발시킨 뒤엣것부터.
내가 누군가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평소엔 거의 신경을 안 쓰고 살아왔다. 성격과
기질 탓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스스로 생각하는 것과 차이가 있게 마련이고, 예상했던
것보다 나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적지 않이 있었다. 교회를 떠나기로 결심하면서
내가 그동안 그에게 어떻게 비췄을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 속에 들어갈 순 없으니까
순전히 짐작과 상상이다.
사사건건은 아니었어도 나는 그에게 골칫거리(Trouble-Maker) 중 하나였지 않았을까.
제직회, 목자큰모임 등 각종 교회 모임과 회의석상에서, 홈페이지와 이메일 등으로 예배와 설교,
목회 리더십 전반에 걸쳐 애정어린 시선보다는 다소 차갑고 때론 매서운 공격과 비판을 심심치
않게 해 왔으니 목회자에게 나같은 존재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물론 초기에 나는 그가 어느
정도는 합리적으로 수용하고 반영해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니었다.
자신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누구나 비판과 질책은 듣기 싫은 법이다. 비록 원색적이진
않았어도 기준과 함량 미달을 보일 때 눈감아 주지도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상대가 거듭
반복되는 실책을 남발하면서 언젠가부터 목소리의 크기와 양을 대폭 줄이긴 했어도, 나는
그에게 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암적인, 불편한 존재가 아니었을까? 그것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 Big Mouth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정리하고 떠나는 마당에 내가 그에게 좀 더 인간적인 풍모를 지닌 넉넉한 사람으로
비춰질 순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게 사실이다. 아니면 좀 더 큰 변화와 공동의
유익을 위해 아웃사이더(Outsider)로서의 보폭을 줄이고 이너 서클(Inner-Circle)이 되어
그의 고민을 나눠지면서 조금 늦지만 실제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그에게 맞출 수 없었듯이, 그가 나에게 맞출 것을 기대했다면 정말 뭘 모르는,
나이브한 생각일 것이다. 적어도 바로 얼마 전까진 확실한 갑이었던 그에겐 더더욱 기대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저 어느 노랫말처럼 그에게 내가 너무 아픈 상처가 아니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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