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동 산행
Posted 2018. 9. 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올 8월은 길게 이어지는 폭염으로 산에 갈 엄두도 못 내다가 지난 주일 아침에서야 간만에
기지개를 폈다. 근 한 달 만의 산행인데, 발이 무거워지진 않았을지 염려됐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닌지 역시 몸은 산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도 무리하지 않고 유길준 묘역 위 쉼터까지
오른 다음 샛길처럼 옆으로 난 둘레길을 따라 약수터 너머까지 걷고 왔다.
오랜만에 덥지 않은 주일 아침이어서 앞뒤로 등산객들이 많이 보였는데, 아직 본격적인
오르막은 아니어서인지 발걸음들이 힘차 보였다. 나처럼 혼자 오면 정상이나 목표지점까지
중간에 여러 번 쉬지 않고 한두 차례 목을 축이면서 숨을 돌린 다음 내처 오르지만, 친구나
일행이 있으면 아무래도 쉴만한 자리가 보이면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한다.
아무려나 산에 온 게 중요하지 속도는 그 다음다음 문제다.
아직 여름이라 6시가 되기 전에 동이 터서 새벽 산행에 나서면 근사한 일출을 볼 수 있는데,
게으름과 귀차니즘은 좀처럼 주말 새벽의 주도권을 양보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주말 오후는
적극적이냐 하면 그것도 이런저런 핑계로 반타작도 못하니, 이렇게 굳어질까 걱정이다. 산길답지
않게 평탄하던 등산로 초입은 유길준 묘역을 앞두고 제법 경사진 길이 펼쳐지면서 가쁜 숨을
몰아쉬게 하고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는 신호를 준다.
발걸음은 조금 늦어지지만, 그래도 점점 올라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슬슬 힘을 내게
만드는데, 묘역에 다다르면 돌계단과 나무 계단길이 길게 이어지면서 쉼터가 나온다. 저 위로
쾌청한 햇살이 비취면서 조금 더 오르면 능선에 다다른다고 손짓하고, 쉬더라도 쉼터까지 올라가서
쉬어야 가오가 빠지지 않을 거라는 묘한 자존심이 거의 대부분 게까지는 이르게 만든다. 거기까지
갔다가 내려오려던 이들도 잠시 숨을 고르다 보면 정상까지 갔다 오게 만드는 게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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