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 부럽지 않은 돌탑
Posted 2018. 9. 1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산길에 크고 멋지게 세워 놓은 돌탑들은 보통은 조금 떨어져서 그 모양이며 규모를 바라보게
되는데, 내가 더 좋아라 하는 것은 가까이 가서 돌탑 중간쯤을 클로즈업해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다.
엔지니어링엔 손방인지라 어떤 공법을 썼나 하는 메카니즘에 관심 있는 건 아니고, 큰 돌과 작은 돌,
각진 돌과 별 특징 없는 평범한 돌들이 한 줄 한 층 올라가면서 한데 어울려 단단히 맞물려 있는
모습을 지켜 보는 게 즐겁기 때문이다.
대개 낱개로 보면 그리 잘 생긴 돌들은 아니었을 탠데, 서로를 받치며 서로 누군가의 윗돌과
아랫돌이 되어 주면서 단단히 맞물린 모양새는 조금 과장하면 거의 난공불락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돌들을 보다 보면 자연히 팀워크랄까 연대감(solidarity)을 떠올리게 되는데, 도드라져 보이는
한두 개가 돋보이기보다는 전체가 한데 어울려 뿜어내는 묘한 정기 같은 걸 느끼곤 한다. 나만
좋아하는 게 아닌듯, 풀들도 지내기 좋은 곳으로 여겨 슬그머니 자리 잡곤 한다.
전부터 돌탑을 쌓을 때 보이지 않는 가운데 속 부분은 흙을 쌓고 겉에만 돌을 올리는 게
아닐까 했는데, 검단산 옛 약수터길에 무너져 하단만 대강 그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돌탑을
보면서 순전히 돌로만 쌓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긴 돌탑에 흙이 들어간다면 그건 돌흙탑이라
불러야 할 테니 말이다.^^ 크고 작은 돌만으로, 서로 모양이 다른 돌만으로 몇 미터 높이와
둘레의 돌탑을 쌓은 이들의 정성과 미적 감수성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I'm wandering > 동네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한산성 1코스 (0) | 2018.09.24 |
---|---|
버즘인가 햇살인가 (0) | 2018.09.22 |
구름 때문에 산에 오른다 (0) | 2018.09.15 |
산에서 파는 꿀 (0) | 2018.09.06 |
정중동 산행 (0) | 2018.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