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한 명패
Posted 2011. 1. 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퇴계로 세종호텔에서 명동성당으로 가는 길, 그러니까 영락교회 후문 건너편 길
나즈막한 언덕배기에 붉은 벽돌 건물이 있다. 오래 전부터 여러 번 지나갔던 길에
서 있는 낯익은 건물이지만 딱히 관심이 없었는데, 어제 오후 명동을 오랫만에
걷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살펴봤다.
명패는 그리 크지 않은 크기에 영문과 우리말로 각각 새겨져 있었다. 영어 명패엔
가로줄만 쳐 있고, 한글 명패엔 세로줄도 있다. 이러면 영문은 한 줄로 읽히고, 한자를
섞은 한글은 한 자씩 읽힌다. 영문은 적당히 자간을 조정해 앞뒤 맞추기를 하고 있고,
한글은 빈칸에 문양을 채워 넣었다.
둘 다 같은 시기에 만든 건지 모르겠지만, 영문 명패는 단아한 게 세련돼 보이고,
한글 명패는 약간 고풍스라운 게 이름 만큼이나 낮설어 보인다. 둘 다 이름에서
풍기는 포스랄까 아우라가 느껴진다.
길가에 아치 형의 쪽문 하나가 있는데, 문짝은 좌우 대칭이 아니다. 같은 크기,
단일색 벽돌의 단정한 질서를 얼핏 깨뜨리는 것 같으면서도 그리 튀어 보이진
않는다. 상단부 아치가 더 눈길을 끌기 때문일 것이다.
종종 누군가 문을 막을 정도로 주차해 놓는지 그러지 말아 달라는 협조 안내판이
공손하게 붙어 있다. 주차금지라고 써도 될 것을 수도자들답게 온유하고 관대하게
넌즈시 의사전달만 하고 있는데, 오히려 주장의 힘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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