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수도원 순례기
Posted 2024. 7. 9.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건축가 승효상 선생이 2018년 6월에 동숭학당(줄이면 '동학'이 된다) 멤버들과 2주간 다녀온 수도원 순례기를 돌베개(2019)에서 책으로 묶은 <묵상> 을 읽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산재한 수도원들을 방문한 기록인데, 중간중간 흑백 사진들이 실려 있긴 해도 520면에 달하는 벽돌책이다(종이도 전면 제법 두꺼운 아트지 계열을 써서 정말 묵직하다).
책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읽는데는 JP의 영향이 컸다. JP부부는 우리가 스페인을 여행하는 동안 로마와 독일로 수도원 순례 여행을 다니면서 13편의 수도원 기행기(5/17/24)를 썼는데, 그가 읽은 수도원 관련 십여 권의 책 중 인상적이었다며 추천해 따라 읽게 된 것이다.
저자는 건물을 공들여 설계하듯 순례기도 꼼꼼하게 기록하는데, 덕분에 수도원의 형성, 발전, 쇠락 등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또 단순히 방문한 수도원들에 대한 소회만 아니라, 개인사를 곁들이면서 자신이 작업한 건축물들을 소개해 건축에 대한 철학과 미학을 들려줌으로써 독자들의 안목을 넓혀준다.
저자의 안내를 받으며 이 책을 읽다 보면, 수도원을 실제로 가 보고 싶어지니, 매력적인 동시에 위험한 책이다. 무엇보다도 저자를 비롯해 전세계 건축가들에게 영향을 크게 끼쳤다는 르 코르뷔지에가 1950년대에 설계하고 건축한 롱샹 성당은 이것만 보기 위해서라도 가고 싶게 만든다. JP처럼 적금을 들어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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