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세콰이어 아파트
Posted 2024. 8. 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아파트를 분양 받고 입주한 지 올해로 딱 30년이 됐다. 그새 많이들 이사가고 오면서 이웃이 바뀌었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들 청약에 계속 떨어지다가 신도시가 아닌 지역에 우연히 넣었다가 덜컥 당첨돼 입주한 건데, 이리 오래 살진 몰랐다. 요령이 없어 벗어나지 못한 건지, 살기 좋아 눌러앉은 건지, 둘 다인 것 같다.
30년 동안 하남은 인구와 도로가 늘고 여러 시설이 확충되는 등 상전벽해의 변화가 일어났다. 예상하지 않던 동네에 뿌리박고 살아 온 우리에겐 살기 편해진 부분도 있고, 전보다 번잡해졌다는 느낌도 든다. 무엇보다도 새 아파트가 30년이 되면서 단지 내 수목들도 우리와 함께 자랐다는 걸 새삼 보면서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그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건 메타세콰이어 나무다. 처음엔 몰랐는데, 십여 년 지나면서부터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해 이제는 단지 내 대표적인 나무가 됐다. 큰 건 9층 높이에 이르러 하늘로 솟을 뿐 아니라 품 넓은 그늘을 내주기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아파트 이름을 은행아파트 대신 메타세콰이어 아파트라 바꿔도 무방하고 오히려 근사할듯 싶은데, 다른 주민들이 동의하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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