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산책
Posted 2024. 11. 1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동국대는 시내 한복판에 있고, 남산을 끼고 있는데다가 지하철역이 앞뒤에 있어 교통편이 아주 좋은데, 오래 전에 도올 선생 특강을 들으러 딱 한 번 가 보고는, 그 후 갈 일이 없었다. 지난 주일 예배를 마치고, 시간이 남아서 남산까지 가려다가 동국대 교정으로 들어서게 됐다.
장충동 태극당을 건너면 동국대 가는 길과 남산 가는 길이 만나는데,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다. 불교 재단이 운영하는 학교인지라, 캠퍼스에는 이런저런 불교 관련 시설들이 보이는데, 그 중 하나가 경희궁을 복원할 때 숭정전을 여기다 옮겨 놓은 정각원이다. 원위치인 경희궁 터로 옮겼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리 된 사연이 있나 보다.
내가 다녔던 학교도 나라 이름을 썼는데, '동국'이란 학교 이름도 매우 호방해 보인다. 우리네 역사나 정체성과 관련 있을 것 같다. 동국대 캠퍼스엔 유난히 돌비가 많은데, 2006년 5월 설립 백주년을 기념해 세운 커다란 백년비가 우뚝 서 있다. 돌이 어찌나 큰지 얼추 5미터는 넘어 보였는데, 뒷 면에는 헌사가 한글로 새겨져 있다. 그 앞엔 타임 캡슐도 있는데, 무엇이 담겼을지 궁금하게 만든다.
이 학교를 상징하는 시인 두 사람의 시비가 보여 반가웠다. 만해 한용운 선생과 민중 시인 신경림 선생의 시비였다. 만해의 시비 뒷 면엔 당연히 <님의 침묵>이, 신경림 선생 시비엔 <목계 장터>가 새겨 있다. 아, 그런데 검색하다가 선생이 올봄에 돌아가셨다는 걸 알았다. 동국대 하면 미당 서정주 선생이 더 유명하지만, 친일 행적 때문인지 어느 구석에 있는지 안 보였다. 종종 들려서 구석구석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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