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산 숲속 연등
Posted 2024. 5. 1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검단산에는 절간이 몇 군데 있는데, 그 중 애니고 방면으로 오르다 보면 초입에 호국사가 있어 매년 이맘때면 초파일을 앞두고 연등(5/6/13)을 걸어둔다. 종이로 만든 오색 연등은 가지런히 접어두었다가 동그랗게 펴서 도열해 있는데, 한낮이라 불을 밝히진 않았어도 하산길에 초록 나무들을 배경으로 좋은 풍경이 되었다.
이맘때면 웬만한 거리에도 걸리는 연등은 이제 문화로 자리 잡아 재질이며 글자 스타일이 조금 더 세련된 걸로 업그레이드 되면 더 보기 좋겠지만, 남의 종교 일에 내가 뭐라 할 일은 아니다. 모름지기 종교란 게 이런 외형보다 내실에 충실하면 될 테니, 그저 일개 등산객에 불과한 내 소회는 여기까지면 족하다 싶다.
산길에는 큰 종교는 아니어도 일상의 작은 기원을 담은 돌탑들(6/10/12)이 흔히 보이는데, 수백, 수천 개의 돌로 공을 들여 근사한 탑을 쌓아 놓은 것도 볼만 하지만, 평범한 돌 몇 개로 모양과 각, 하중을 맞춰 무심한듯 올려놓은 것들이 참 보기 좋다. 바람에라도 무너지면 다음 사람이 또 하나 둘 쌓기 시작할 것이다. 모르긴 해도 산길에 이런 돌탑을 쌓는 이들은 위대한 건축가, 기하학자의 자질을 갖춘 이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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