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줄인가 했더니
Posted 2012. 2. 2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주일 오후에 검단산을 가려는데 애니메이션 고등학교 지나 등산로 초입에 사람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줄잡아 30여 명은 돼 보였는데, 올라가는 이들이나 내려오는 이들에게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었다.
이때가 점심시간은 지난 2시 반에서 3시 사이였으니까 누가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무료급식
같은 걸 하는 것도 아니었고, 하산길에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줄도 아닌 것 같았다. 그러려면 남녀가
다른 줄을 서야 하는데 섞여 있었으니 말이다.^^
세 시간 안팎의 등산을 마친 이들이 산길을 오르내리는 동안 바지와 신발에 묻은 먼지를 터는
기계를 이용하려는 행렬이었다. 아직 눈이 안 녹은 겨울 그늘 능선도 많이 남아있지만, 봄이 오기
직전의 햇볕 드는 산길은 먼지를 많이 날린다. 장갑을 벗어 툭툭 털어도 되지만, 같은 값이면 쉭~
소리와 함께 강력하게 먼지를 빨아들이는 흡입기를 쓰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게다가
공짜이니 몇 분 기다리는 건 일도 아니다. 기계는 한곳에 네 개가 설치돼 있어 평소엔 그리
병목 현상을 일으키지 않지만, 휴일 오후의 대목엔 만원사례였다.
정상에 오른 다음엔 유길준 묘소 쪽으로 내려왔는데, 다섯 시가 조금 안 된 여기도 아까만큼은
아니어도 예닐곱 명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차례가 되어 쉭~ 소리와 함께 흙먼지를 털어
내려는데, 먼지가 많이 묻었는지 다른 때보다 시간이 좀 더 걸렸다. 등산의 수고와 피곤을 한꺼번에
씻어주는 착한 기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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