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장작구이
Posted 2012. 3. 1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화요일 아침부터 봄맞이 사무실 청소와 정리를 하느라 오전 시간을 다 보냈다. 이런 날은 짜장면 먹는 거라고 했더니, 누군가 잽싸게 "오리요!" 했다. 우리 사무실의 불문율 중 하나는 누군가 뭘 먹자고 하면 그걸 먹는 건데, 딱히 마다할 게 없었다.^^
백운호수 가는 길에 온누리 장작구이란 체인점이 있는데, 넓다란 공간에 손님이 늘 많다. 사무실에서 가깝고 가격도 적당해 가끔 들리는데, 덕소에서 양평 방향으로 팔당대교 못 미친 강변에도 있고(여긴 주말엔 문전성시를 이뤄 한참 대기해야 한다), 서하남에도 있다.
야채와 찬은 알아서 덜어다 먹는 셀프 서비스인데 상추와 마늘, 고추와 양파 피클, 북어채가 조금 들어간 무절이, 그리고 묵은 김치 씻은 게 간장쏘스와 함께 준비돼 있다. 테이블마다 보통 두세 번은 갔다 먹게 된다.
사람들이 이 집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고기를 먹은 다음에 화력 좋은 숯불 사이에서 호일에 싸서 잘 구워진 군고구마를 벗겨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집의 첫 번째 보너스다. 대개 일행이 한두 개를 나눠 먹고 나머지는 봉투에 싸 갖고 가게 된다.
여섯 명이서 모듬 세트 A(3만3천원)와 B(4만4천원)를 하나씩 시켰다. 통삼겹과 오리가 기본이고, B세트엔 떡갈비 두 덩어리가 추가된다. A세트 둘을 시켜도 괜찮을 것 같다. 삼겹살은 통째로 걸어 훈제하느라 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있다. 훈제된 초벌구이는 살짝 구워 바로 먹을 수 있는데, 노동의 후유증인지 축복인지 몰라도 다들 폭풍 흡입의 신공을 보였다.
상추 대신 김치에 쏘스 찍은 삼겹살 하나를 얹은 다음 취향에 따라 마늘과 고추 등을 얹어 한 입에 넣고 우걱우걱 씹기 시작하면 생삼겹만은 못해도 노곤했던 피로가 싹 가신다. 어떤 선수들은 상추나 묵은지도 귀찮아 그냥 고기만 갖다 먹기도 하는데, 누가 더 많이 먹게 될진 모를 일이다.
전에는 없던 보너스가 하나 더 생겼는데, 고기를 먹고 나면 오리전골이 나온다. 꼭 회를 먹은 다음 매운탕 먹는 기분인데, 아이디어가 좋아 보였다. 한 사람이 한두 접시 정도 먹을 분량인데, 국물이 진하고 시원했다. 공기밥도 원하는 대로 갖다 주는데, 우린 두 공기만 시켰고, 그것도 남았다.
세 번째 보너스는 작은 양푼에 나오는 잔치 국수다. 전골이 없을 땐 이 국수 찾는 이들이 많았다. 두세 젓가락 분량이지만, 안 먹으면 섭섭했다. 다들 배가 터질 지경이지만, 마다하지 않고 잘들 먹는다. 처음 이 집에 갔을 땐, 두 그릇 먹었다. 내가 잘하는 농담이지만, 우리같은 선수들은 고기는 C 드라이브에, 국수는 외장하드에, 고구마는 USB에 넣으면 된다.^^
계산을 하고 나면 마지막 보너스가 기다리고 있다. 커피 한 잔 뽑아서 밖으로 나오면 뒷뜰에 이렇게 둘러앉아 식후담을 나눌 수 있도록 공터가 대충 꾸며 있다. 십여 그룹, 수십 명이 군데군데 앉아도 될 만큼 넓직한데, 통나무의자 쿠션이 세심하다. 전에는 저 장작불가에 고구마가 있어 큰 집게로 꺼내 먹곤 했는데, 이번엔 안 보였다. 고구마가 비싸져서 감당이 안 돼서일까?
이런 데 오면 불만 쬐다 가지 않고 흔적을 남기는 이들이 꼭 있게 마련이다. 통나무 단면에 하트 표시를 비롯해 다양한 낙서들이 남아 있어 훑어보게 된다. 저 통나무들을 패서 장작으로 쓰기 전에 저들의 사랑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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