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탑정성1
Posted 2012. 6. 1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 증 하나는 작은 돌로 쌓아올린 돌탑이다. 그저 오르내리는 길손이 쉬어가다가 큰 돌위에 납작한 돌 두세 개 얹어 놓은 것부터 아예 몇 날에 걸쳐 작심하고 수백, 수천 개의 돌로 작품을 만든 것까지 다양하다. 지금까지 다녀본 산들에서 모양이 있든 없든 크고 작은 돌탑이 없는 곳은 거의 못 봤다.
대부분 한 사람이 계속 쌓아 올리지만, 간혹 앞서간 이가 적당한 크기의 돌을 하나 놓아 두면 그 다음 사람이 돌 하나 더 놓는 식으로 만든 릴레이 돌탑도 있다. 심심풀이로 부담 없이 쌓기도 하지만, 어떤 데는 대단한 치성(致誠)으로 정교하고 치밀한 작품성까지 갖춘 곳들도 적잖이 눈에 띈다.
하남 춘궁동 고골에서 남한산성 북문 올라가는 길에도 작은 돌탑이 쌓아올려지고 있었다. 큰 바위 위 움푹한 곳에 돌을 쌓기 시작해 한 눈에 보기에도 제법 멋드러진 돌탑을 만들어 놓았다. 받침돌부터 크고 작은 돌이 적절히 어우러져 멀리서 봐도 잘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만 쌓지 않고 평평한 바위 위에 작은 것 몇 개를 쌓고 있는 중인 것 같다.
비바람 몰아치는 산중에서 크기와 모양이 서로 다른 돌을 어떻게 쓰러지지 않도록 아슬아슬 균형을 잡아가며 쌓았을지 보는 내가 더 조마조마해지기도 하는데, 어쨌든 산중 풍경의 묘미를 더해 주고 있다. 누군지 몰라도 어느 정도 미적 감각도 있을 테고, 절묘한 균형감각의 소유자임에
틀림없다.
멀리서 보면 빈틈이 없어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보면 의외로 여러 군데서 듬성듬성 빈틈이 보이는데, 제주도 돌담처럼 이 바람 구멍이 돌탑을 지탱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리라. 틈이 없이 빽빽하게 쌓아 올리는 게 능사가 아니란 걸 잘 보여주는 것 같다.
가끔 공동체와 성장에 대한 강의를 할 때가 있는데, 당분간 오프닝에서 이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공동체의 구성요소랄까 원리들을 설명해야겠다. Unity with Diversity, Interdependence, Growing Together 같은 개념을 한데 몰아 설명할 때 적절한 예시가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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