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원 삼계탕치곤 너무 실한
Posted 2012. 7. 1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우리 사무실에서 점심을 대고 먹는 예당에서 수요일 점심으로 초복맞이 삼계탕을 한다며 꼭 오라고 광고한 게 월요일 점심 때였다. 다른 직원들은 반색하며 입맛을 다시고 내심 기대했지만, 그 좋은 소식이 내겐 별로 울림이 없었다. 이상하게 닭요리, 그중에서도 닭곰탕, 백숙류는 먹긴 먹어도 그리 즐겨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요일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직원들이 같이 가길 권했지만, 7월 들어 한 번도 안한 점심산책도 할 겸 사인암이 궁금해 빠졌다. 등산셔츠와 반바지로 갈아입고, 등산양말에 트레킹화까지 신고 룰루랄라 나서려는데, 아뿔사! 살짝 내리던 빗줄기가 제법 굵어져 산행을 강해했다간 비를 쫄딱 맞게 생겼다.
그냥 있을까 하다가 조금이라도 먹을 요량으로 1분 거리의 식당을 찾아나섰다. 이미 식당은 가득찼고, 직원들이 앉은 테이블로 가니 반쯤 먹고 있다가 깜짝들 놀랜다. 식당 주인 아주머니가 바로 한그릇 내왔는데, 닭이 중닭 이상은 되는지 삼계탕집에서 나오는 것보다 크고 실했다. 갈비탕이나 비빔밥 나오는 그릇이니 닭이 작은 양은 아니었다.
삼계 뱃속에 밥이 들어 있을 터이므로 따로 나온 밥은 손을 안 대고 닭고기와 국물을 먹기 시작하는데, 그리 시장하지 않은데도 입에 달았다. 그러고보니 이 집은 마약 닭도리탕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닭요리를 잘하는 집이란 걸 깜빡하고 있었다.
예당의 마약 닭도리탕 (1/3/12)
고기는 부드러웠고, 잘 우러난 국물은 느끼하지도 닝닝하지도 않고 적당히 끌리는 맛을 냈다. 반쯤 먹다 젓가락을 내려놓겠다던 처음 생각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삼계 뱃속의 찰밥까지,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깨끗이 비웠다. 닭고기 많이 안 먹는 내 식성을 아는 직원들은 후다닥 해치우는 나를 보더니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한다.
잘 끓인 삼계탕만으로도 훌륭한 식사가 됐는데, 아주 잘 익은 수박까지 나와 입을 개운하게 해 주었다. 대놓고 먹으니까 5천원에 삼계탕을 먹은 셈인데, 요즘 만원을 넘어 만삼천원, 만오천원까지 받는다는 전문 삼계탕집이 하나도 부럽지 않은 훌륭한 점심이었다. 아무래도 닭 안 좋아하던 내 입맛이 변하고 있는 것 같다.^^
'I'm wandering > 百味百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왕 중국집 동반 (2) | 2012.08.23 |
---|---|
스킬렛 만들기 (6) | 2012.08.04 |
연잎찐빵과 블루베리 하니 우유 (2) | 2012.06.25 |
불당리 주먹손두부 (4) | 2012.06.14 |
오랫만에 만들어 본 오믈렛 (2) | 2012.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