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스캐년 트레킹3 - 더글라스 전나무
Posted 2012. 8. 9.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Wow! Grand Canyon
반환점으로 목표 삼았던 지점에 내려오니 양쪽에 높게 선 암벽들 사이로 제법 넓다란 길이 나 있었고, 암벽은 깊게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위에서 볼 땐 막혀 보이던 곳도 조금 수고해서 내려가 보면 새로운 길로 연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여기도 그랬다.
돌아서야 했지만 마침 건너편 위쪽으로 나무가 보였다. 이런 황량한 암벽들 사이로 큰 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저 정도 높이면 키가 장난 아니겠다 싶기도 하고, 그리 멀어 보이지도 않은데다가 아직 오전이라 체력도 충분해 나무 있는 데까지만 갔다 오기로 했다. 이유야 붙이기 나름이었다.^^
우와~ 내 판단이 옳았다. 볼만한 나무가 위풍당당하게 후두(Hoodoo)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었다. 그것도 두 그루가, 아니 자세히 보니 나무 기둥 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하늘로 뻗어 오른 것까지 세 그루가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이 나무는 나중에 브로셔를 보니 당당히 이름도 갖고 있었다. 이곳을 지형 그대로 월 스트릿(Wall Street)이라 부르고, 나무는 처음 발견한 이의 이름을 땄는지, 아니면 처음 부른 이의 이름을 따랐는지 더글라스 전나무(Douglas fir)란 멋진 이름을 갖고 있었다.
나무만 자라는 게 아니라 풀과 꽃도 볼 수 있었다. 환경에 적응한 키 작은 녀석들이다. 다른 데서라면 눈에도 안 들어왔겠지만, 이 타는듯하고 갈라진 뻘건 흙들 사이로 드문드문 자리 잡고 있는 친구들이 있었다. 말라 비틀어지지 않고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게 신기해 뙤약볕을 맞으면서도 잠시 서서 눈길을 건넸다.
실제로 브라이스 캐년에는 400여 종의 자생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고 한다. 우리말 이름이 없는 피뇬 소나무(Pinyon pine), 폰데로사 소나무(Ponderosa pine)를 위시해 로뎀나무(Juniper), 뾰죽 소나무(Bristlecone pine)와 전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니, 자연의 세계는 실로 신묘막측(神妙莫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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