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핀 나무들
Posted 2017. 1. 2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연일 강추위가 계속되면서 주말에 내린 눈으로 오랜만에 산에도 소복하게 눈이 쌓였다.
겨울산 풍경을 이루던 낙엽 잔재들도 가두어버리고, 키 큰 나무와 커다란 바위들을 빼곤
거의 모든 것을 하얗게 덮었다. 온 산 천지가 백설이다 싶었는데, 그런 가운데서도 삐죽빼죽
존재를 드러낸 것들이 보였다.
크게 볼품은 없었지만, 찬찬히 지켜보노라니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눈 속을 뜷고 나온 잔 가지들은 수묵화처럼도 보이고, 또 어찌보면 인체를 빠르게 그려낸
크로키(croquis) 같아 보이기도 했다. 몰려 있는 가지들은 마치 눈 위에서 아이스 댄싱
군무(
군계일학도 아닌데, 고고하게 홀로 솟아오른 가지도 눈에 띈다. 봉오리까지 달려 있어
더 두드러져 보였고, 눈 위로 그림자까지 그려내 눈길을 안 줄 수 없었다. 봉오리가 연출하는
입체감이 제법 볼만 했는데, 두어 달 안으로 제일 먼저 봄소식을 전해주려고 이렇게 꿋꿋이
견디고 있나 보다.
등산로 계단 옆으론 아무 것도 없는 가지 하나가 마치 높은 산 중턱쯤에 피어오른 구름을
뚫고 서 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원래 저 모양으로 서 있던 가지에 눈이 내리고 쌓인 것일
테지만, 선후 관계는 아무래도 좋을듯 싶었다. 그저 둘이 어울려 자아내는 풍경, 분위기가
군더더기 없이 아름다워 보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