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안 잡히는 미국 단위
광란의 3월(March madness)이 지나갔다. NCAA 농구 중계를 가끔 보면 선수를 소개하는 자막에 6.4라든지 5.8 같은 신장이 표시되는데, 6피트 4인치, 5피트 8인치로 읽을 수는 있지만, 미터와 센티미터로 바로 환산이 안돼 대충 짐작하고 넘어가곤 한다.
작년 여름 그랜드 캐년을 여행할 때도 높이나 길이, 온도 같은 게 우리와는 다른 방식을 써서 조금씩 늦게 실감이 나곤 했다. 썬셋 포인트의 고도 8천은 8천 피트란 말인데, 2,400m가 넘는 고지대에 서 있다는 게 제대로 실감이 안 났다. 브라이스 캐년의 나봐요 루프 트레킹은 왕복에 1.3 MI.이라 표시돼 있는데, 이게 설마 1.3분(Minutes)이 걸린다는 말은 아니겠고^^, 1.3마일(Mile)로 2km 정도 된다는, 그러니 웬만하면 다녀올 만 하다는 표시였다.
캐년을 전망 포인트에서 바라만 보지 않고, 그 아래로 조금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우리처럼 트레킹을 하려는 이들에겐 날씨와 기온이 중요한데, 고맙게도 방문자 센터 안내판엔 주요 지점의 최고 온도와 최저 온도를 화씨와 섭씨로 함께 적어 놓았다. 일교차가 15도 이상이 되니까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가야 한다는 안내였다.
기온 얘기가 나왔으니, 작년 한여름에 피부로 느꼈던 인디애나 주 테일러 대학, 라스베가스, 후버 댐, 앤젤스 랜딩을 올라갔던 자이언 캐년 등을 안 떠올릴 수 없는데, 기본이 100℉였으니 38℃에 이르고, 제일 더운 지역을 지날 땐 무려 115℉를 기록하기도 했으니 46℃가 넘는, 실로 난생 처음 겪어보는 살인적인 더위였다. 그래도 바로바로 환산 안 되고, 어느 정도인지 척감이 안 잡히고, 무더워도 좋으니 종종 눈앞에 이런 풍경이 펼쳐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