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mi59
2010. 7. 21. 10:41
시카고를 여러 번 올 기회가 있었지만, 그 동안은 공항에서 집어 든 몇 장의 브로셔에 나온 지도만 보고 다녔고, 다운타운을 걸어다니거나 지하철과 버스로 몇 정거장 이동하면서 거리 구경하기엔 그 정도면 충분해 딱히 관광 안내소(Visitor Information Center)를 찾을 생각을 안 했었다
이번에 보니 존 행콕 센터와 워터 플라자 바로 옆 찾기 쉬운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수백 종의 브로셔와 팜플렛, 책자들이 방문객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있었고, 컴퓨터에 가고 싶은 장소를 입력하면 상세하게 안내된다.
그때도 일부만 봐서 여길 한 번 더 갈까, 안 가본 MOCA를 갈까 고민하다가 오후 늦은 시간이라 어차피 둘 다 여유 있는 관람은 무리일 것 같아, 가까이 있는 MOCA를 구경하기로 했다. 존 행콕에서 미시간 호수 방향으로 한 블럭도 못가 있다.
거리에서부터 미술관 분위기를 자아낸다(오른쪽 높은 건물은 병원 건물이다). 함께한 뉴질랜드의 해인은 한때 미술 공부를 한 적이 있어 미술관 건물만 봐도 포스가 느껴진다며 좋아라 했다. 난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시카고의 마지막날 오후를 미술관 구경을 할 수 있어 나쁘지 않았다.
입구 계단 컬러도 이름처럼 컨템포러리하다. 은근한 멋쟁이 흑인 아가씨 둘이 카메라 놀이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이 각도 저 각도로 몇 장 찍었다.
로비 홀 중앙엔 천정에 매달아 놓은 대형 설치 작품이 시선을 끈다. 3층 난간에서 바라보는 이나, 작품 바로 밑에서 고개를 꺾고 구경하는 이나 마치 작품의 일부인 양 사진에 나왔다. 문 닫기 전 시간에 미술관이 연출하고 선사하는 뜻밖의 즐거움을 맛본다.
대충 훑어보고 지나치는 나와 달리 뉴질랜드의 해인은 자기만의 감각으로 이것저것 흥미롭게 살피더니 몇 가지를 건졌다. 그리고 내일 아침 공항에서 나를 보내고 저녁 비행기 타기 전에 다시 와서 구경하고픈 미술관이란다. 좋겠다. 난 내년이나 다음에 다시 와 제대로 볼 거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