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churching/House Church

가정교회 생각

iami59 2016. 2. 13. 00:00

일년 반 동안 양평에 사는 30대, 40대 두 가정과 함께 주중 가정교회모임을 가져왔다. 교회들이

하는 주중 소그룹 모임은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전통적인 구역 또는 속회, 셀 모임 그리고 근래에

보급된 가정교회로 대분할 수 있는데, 교회와 목회자의 전통이나 스타일(이 방면의 전문용어로

고집이라고도 부른다^^)에 따라 느슨한 형태에서부터 강력한 형태까지, 그리고 이것저것 섞인

형태로 서로 영향을 주면서 변주, 파생되고 있다. 


교회 다닌 연식이 좀 되고, 결혼과 이사 그리고 개성 탓에 몇 군데 옮기다 보니 이런저런 모임

형태를 두루 경험했는데, 직전에 다니던 데선 휴스턴식 가정교회를, 지금 다니고 있는 데선 나들목식

가정교회 - 하나님 나라 복음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하나복식이라 부르기도 한다 - 를 경험하고 있다.

둘은 비슷한 구석이 많은데, 서구에서처럼 독립적인 교회 단위로서의 가정교회(오른쪽)는 아니고,

교회 안의 소그룹(가운데)이라고 보는 게 적절하다.

 

가정교회나 셀교회를 하다 보면 부득불 교회론에 깊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는데(당연히 공부 좀

해야 한다^^), 내 생각에 우리 현실에서 제대로 된 가정교회가 쉽지 않은 건, 주일에 모이는 연합교회만을

교회로 생각하는 고정관념 때문인 것 같다. 가정교회가 교회라면 DNA를 갖고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어야 하는데, 거의 어려운(어렵게 만드는) 게 현실이다. 휴스턴식이나 나들목식 모두 개개 가정교회는

이름만 교회지 실상은 교회 안의 조금 끈끈한 소그룹이다.  

 

지난 일년 반 동안 모인 가정교회는 매주 모이지 않고 격주로, 리더 격인 목자를 두지 않고, 교회가

표준적으로 제시하는 모임 순서들도 따르지 않고, 그저 세 집이 돌아가며 모여 밥 먹고, 교회 얘기며

살아가는 얘길 나누다 기도하고 돌아가는 아주 편한 모임이었다. 우린 편하고 좋았는데, 교회 입장에선

레이다에 잘 들어오지 않는 우리 모임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 없는지라 어떤 변화를 요구하게 되었다.


이렇게 된 데는 세 가정 가운데 목자 후보가 나와 교회가 요구하는 훈련 과정을 밟아야 하는데,

각 가정이 당장 맡기 쉽지 않은 사정이 크게 작용했다. 그래서 우리끼리 의논한 방향은 교회가 우리

모임에 목자를 파송하거나, 아니면 이쯤에서 흩어져 각자 적당한 가정교회를 찾아 들어가(거나 각자

알아서 하)는 방향 가운데 하나를 택하기로 했다. 나도 가정교회를 좋아하긴 하지만, 꼭 이렇게

해야만 하나 하는 일말의 회의도 동시에 스멀거린다.

 

생각 같아선 교회가 커지고 광역화 되면서 가정교회도 조금 융통성 있게 다양한 형태로 운영할 수

있게 해 주면 딱 좋겠는데(시간이 흐를수록 결국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정교회를 하는

교회들은 예외를 두거나 변형된 방식을 허용하(기 시작하)는 걸 영 마뜩찮게 여기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일치와 다양성(Unity with Diversity) 가운데 어디에 더 방점을 찍느냐의 문제이기도 한데, 대체로

다양하고 다채로운 걸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