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mi59
2017. 1. 15. 00:00
겨울 산길엔 별로 볼 게 없다고 했지만, 조금 눈여겨 바라보노라면 구석구석 사이사이에 숨어 있던 것들이 반겨준다. 내가 미처 못 보고 지나쳤던 게지, 대자연에 아무 것도 없는 건 아니다. 등산로 옆 군데군데 바람에 쓰러지거나 넘어진 나무들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쌓아 놓은 더미들을 볼 수 있는데,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나무 껍질이 벗겨지거나 바스라지고, 속도 말라가고, 흙먼지 날아와 쌓이면서 점점 볼품없어지지만 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잘린 나무더미들 곁에 소리 소문 없이 친구가 생기기 시작했다. 따뜻한 봄여름이 되면 싹을 틔우면서 푸르름을 드러내는 풀이며 이끼들을 볼 수 있지만, 지금은 버섯 군락만 남아 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버섯은 터를 정하고 이사와서 제집인양 공생(共生)을 시작했다. 물론 혹독한 겨울을 나기가 만만치 않아 납작 몸을 웅크린 채 바짝 붙어 있어 별 볼품은 없지만, 구름 같은 모양으로 제법 입체감을 형성하면서 그런대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단면에만 생기나 싶었는데, 옆으로 돌아가 보니 뉘운 나무 줄기 위 아래로도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자리가 달라선지 모양도 다르고, 크기도 다른 게 자라고 있었는데, 아마 종류도 다를 것이다. 버섯은 유난히 나무의 단면을 좋아하는 건지, 등산로에서 밑둥만 남은 둥걸에서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아무데나 불쑥 튀어나온 게 괴상한 혹부리 같아 보이면서 그리 아름다운 모양새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마저 없었으면 아마 둘 다 눈에 띄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