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andering/百味百想

달걀 대신 메추리알 콩나물국밥

iami59 2017. 1. 16. 00:00

주말을 앞두고 눈이 조금 내리고 영하 10도를 넘는 강추위가 며칠 계속되면서 문자 그대로 엄동설한(嚴冬雪寒)이다. 아내와 토요일 조조로 브래드 피트와 마리옹 코티야르(Marion Cotillard) 주연의 <Allied>를 보고, 집앞에서 콩나물국밥을 먹었다. 보통은 6-7천원인데, 3천8백원이라고 크게 내건 걸 오며가며 보면서 한 번 가야지 하다가 날을 잡은 것이다. 


두 개를 시키고 기다리는데, 메추리알 6개를 먼저 내놓는다. 아니, 이 가격에 이런 서비스까지, 하면서 습관적으로 껍질을 깨서 먹으려 하자, 직원이 황급히 달려오더니 제지한다. 찐 게 아니라 날 거란다. 콩나물국밥에 들어가는 계란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얼마 전부터 메추리알로 대신하고 있다면서, 계란값이 조금 안정되면 다시 넣을 건데, 그땐 부득이하게 4천원으로 올릴 거란다.  


시키고 얼마 안 있으면 나오는 음식인지라 2-3분이 안 돼 나온 뜨끈한 국밥에 메추리알을 3개씩 깨서 투하했다. 앙증맞은 게 비주얼은 오히려 계란보다 나은 것 같고, 먹기도 편했다. 뜨거운 국물에 반숙된 알 맛은 계란과 엇비슷했다. 콩나물국밥이나 도가니탕 먹다가 입 천장 덴 스토리는 다들 한두 번쯤 있을 텐데, 나도 각각 한 번씩 경험이 있다. 대부분 각접시에 덜어 먹는데, 가오가 있지, 우린 냉면 가위로 안 잘라 먹는 것처럼 그냥 먹는데 익숙하다. 


4천원이 안 되는 값에 국물이며 안에 든 콩나물이며 깍두기 맛이 그 정도면 가성비가 괜찮아 옆에 있는 검단산 갔다가 들리는 이들이 제법 있을 것 같다. 우리처럼 국밥만 먹기보다는 막걸리나 소주를 시켜 먹는 이들이 많았는데, 그래야 장사가 되겠다 싶었다. 슬쩍 메뉴판을 보니 소주는 4천원을 받는다. 단순 비교는 곤란하지만, 4천원 짜리 짜장면 먹고 같은 값의 커피 테이크아웃 하는 거나 진배 없는데, 우린 그렇겐 못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