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도 합병하는가
명성교회가 아버지 교회와 아들 교회 합병 문제로 시끄럽다. 한겨레 신문은 관련 인터뷰 기사에
이어 금요일 자 사설에서까지 엄히 꾸짖었다. 기업체에서나 들리던 인수합병(M&A)을 교회도, 그것도
부자 간에 추진하는 걸 보면(몇 해 전에 신림동 왕성교회도 시도한 바 있다) 여론의 질타를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싶어진다. 아직 고난주간은 아니지만 신자라면 다들 자중하며 보내는 사순절 기간이고,
기성 교회의 적폐를 청산하려 한 종교개혁 500주년을 보내고 있는데, 어째 이러나 싶다.
정년을 앞두고 아들이나 사위에게 대놓고 세습하는 건 눈치가 보이니까 지교회(sister church)를
하나 만들었다가 몇 년 뒤에 모교회(mother church)와 합병 절차를 밟아 담임목사와 교회를 하나로
통일해 손 가리고 아웅하는 우회, 편법, 꼼수 세습에 다름 아니다. 당사자들은 몇 년 전부터 세습을
안 하겠다고 당당하게 표방하는 것 같더니만, 주위의 더 속이 타는 측근이나 관계자들이 알아서
적당히 추진해 주니 쑥스러운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노라고 변명할 셈인가.
어떤 논리를 세워 피해 가고, 어떤 변명과 구실을 갖다 대 모면하려 하더라도 궁색한 짓임은
내남이 모두 아는 바다. 경우는 다르지만 내가 다니는 교회도 슬슬 네트워크 처치(network church)란
개념으로 교회 분할을 준비하는 것 같은데, 이게 DNA를 공유하는 건강한 교회분립 모델이 될지,
아니면 자칫 변형된 기득권 유지 장치가 될지는 솔직이 아무도 모를 일이다. 하여간 뭔 욕심과
미련들이 그리들 많은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