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andering/百味百想
명랑 핫도그
iami59
2017. 4. 7. 00:00
한 달 전쯤 사무실 근처에 핫도그집이 하나 생겼다. 이름부터 명랑한 명랑시대 쌀핫도그. 학교앞이나 시장통, 지하철역 노점에서나 사 먹던 핫도그를 파는 번듯한 점포가 생겼다니 궁금했다. 대여섯 종류를 팔았는데, 주고객층일듯 싶은 학생들 눈높이에 맞춘 천원에서 천오백원까지의 가격도 착해 보였다. 오징어 모양을 낸 먹물치즈핫도그가 그럴듯해 보였다.
미리 만든 걸 쌓아놓고 파는 게 아니라, 주문을 받으면 즉석에서 반죽을 묻혀 튀겨낸 다음 설탕에 굴려주는 시스템인데, 이렇게 조리과정을 지켜보게 만든 것도 흥미로웠다. 마스크를 한 건 위생 때문인지 미세먼지 탓인지 모르겠지만, 기왕이면 유니폼이나 앞치마까지 둘렀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가게 앞에 세워 놓은 배너를 보니 부산에서 히트를 친 다음 수도권까지 상륙한 것 같은데, 씨앗 호떡이나 대만에서 들어 온 대왕카스테라 등 요즘은 한 지역에서 이름을 얻으면 바로 소문이 나서 다른 동네까지 금세 퍼지는 것 같다. 음식이란 게 맛도 문제지만 추억을 선사하는 장소성도 무시할 수 없는 법이라 일장일단이 있겠다 싶다.
아, 그런데 이 명랑시대 핫도그는 겉은 맛있었는데, 속에 들어 있는 소세지가 조금 부실했다. 천원 짜리라 프랑크 소세지를 쓸 수 없는 건 이해하겠는데, 색도 분홍색에 가깝고 밀가루 소세지 맛이 많이 났다. 핫도그 하면 튀김옷보다 소세지 맛에 더 좌우되는 내 입맛엔 아니었다. 소세지 맛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기분도 명랑해졌을 것 같은데, 조금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