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andering/동네산책
등걸 3총사
iami59
2017. 6. 7. 00:00
산길에 서 있는 수많은 나무들 사이로 중간중간 밑동만 남은 나무들이 보인다. 대개 등산로를
확보하기 위해 잘리거나 오르막이 끝나 평평한 곳에 숨 돌릴만한 쉼터를 만들면서 베어낸 흔적들이라
여기저기서 자주 보게 된다. 모락산 사인암 올라가는 길에도 등걸 3인방, 아니 3총사가 자리 잡고
있다. 수년은 족히 이 모습으로 있는지라 산길에 만나는 익숙한 친구가 됐다.
제법 굵은 나무들이었던지 잘린 자리가 걸터앉을 만하게 편해 보이는데, 그늘진 자리도 아니고,
바로 옆에 벤치가 놓여 있어 딱히 앉을 일은 없다. 아주 가끔 바지단의 먼지를 털거나 풀린 신발끈
매느라 발을 올려놓는 정도로 쓰일 뿐이다. 그래도 한 그루만 덩그러니 있어 외롭지 않고 셋이서
트라이앵글을 이루고 있어 마음이 놓인다.
아마 산을 좋아하는 이들은 어느 산길에서건 등걸만 관찰해도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잘 자란
나무들과 바위, 꽃과 풀을 보는 것 못지 않은 뭔가를 건네줄 것 같다. 그러고보면 등산로를 다니다
보면 아무렇게나 막 베어버리는 나무들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마치 나무에 대한 마지막 예의를
지키기라도 하는 것처럼 반듯하고 모양 있게 베어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