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andering/잡동사니

선풍기 화분

iami59 2017. 6. 17. 00:00

화초는 화단이나 화분에서만 자라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망가져 못 쓰게 된 선풍기

커버에서도 식물이 자라고 있다. 비록 흙을 담을 순 없어도 나무 기둥 위에 얹어 놓아서 그 사이로

화초가 자라게 하는 등 그럴듯하게 재활용되고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재활용할 생각을 했을지,

시골 동네에선 뭐든지 구색을 맞출 수 있다는 기발한 궁여지책이랄까, 궁즉통이 따로 없었다.

강원도 어느 식당에선 이 선풍기가 돌면 꽃바람이 불 것 같았다.


몇 해 전 홍성에 있는 아내의 외사촌 집을 방문했을 때 마당 한구석에 버려진 양변기에 흙을

채워둔 걸 찍어둔 게 있다. 윗층과 아랫층에 각각 다른 종류의 흙을 채워 놓았는데, 시골 사람들

발상이 독특하다 싶었다. 그냥 버리긴 그렇고, 또 아무렇게나 방치하면 흉물스러울까봐 뭐라도

심을 요량으로 이리 해 둔 거 같았는데, 바람에 날려 온 눈치 빠른 토끼풀이 그새 자리를 잡고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