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andering/동네산책
죽어 있는 것 같지만
iami59
2017. 11. 10. 00:00
모락산 등산로 한 켠에 쓰러진 지 제법 된 참나무 한 그루 놓여 있다. 넘어지면서 뿌리쪽부터 갈라지기 시작한 틈은 윗쪽으로 길게 패여 있고, 뿌리로부터 양분을 공급 받지 못한 줄기는 마르기 시작한 지 꽤 돼 보인다. 산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쓰러져 넘어져 있는 나무가 많기에 아무런 관심도 누구에게도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땅 표면과 닿아 있기도 있지만 중간은 들려 있는데, 죽은 줄 알았던 나무가 여름을 지나면서 표면에 이끼가 부쩍 자라기 시작하더니, 가을이 되면서는 벌어진 틈새로는 주변의 작은 돌들과 낙엽을 불러모아 안식처를 제공해 주고 있다. 뭔가 활발해 보이면서 나무는 꼿꼿이 서서 위로만 자라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낙엽도 아무렇게나 굴러온 것 같아도 찬찬히 보면 크기를 달리 하면서 색색깔로 구색을 맞췄다는 걸 알 수 있는데, 벌어진 틈새가 차고 넘칠 정도로 인기도 있어 보인다.^^ 꼿꼿하게 서 있을 땐 한 모양, 한 색깔이었지만, 이왕 누워서 제2의 삶을 살 바엔 자유롭게 하고 싶은대로 해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멀리선 잔디처럼 표면을 살짝 덮은 것처럼 보이던 이끼도 가까이 가 보니 층층이 꽤 두껍고, 나름 모양도 있는 걸 보면 죽어 있는 것 같아도 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