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raveling/Kiwi NewZealand

이상하게 생긴 나무들

iami59 2018. 1. 15. 00:00

관악기 중에 관이 무척 굵고 낮고 묵직한 소리를 내는 튜바란 악기가 있는데, 와이카토 대학 숲길에서 튜바처럼 생긴 나무를 봤다. 사실 튜바라기보다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기괴하고 공포스런 모습을 하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는데, 한 뿌리에서 굵게 가지를 치며 각각 번듯한 일가를 이룬 모습에 입이 딱 벌어지면서 발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서 있어야 했다. 그 옆에 서 있는 나무는 반대로 가지들이 안으로 안으로 변주를 하는데, 쭉 뻗은 게 트럼본처럼 생겨 보였다. 


와이카토 캠퍼스 숲길에선 커다란 나무들이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개성 있게 성장하면서 자주 발걸음을 멈추고 입 벌리고 바라보게 만들었다. 어느 것 하나 처지는 게 없이 높이와 굵기와 모양새에서 우리땅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으로 떡하니 자리들을 잡고 있었다. 도대체 이들을 받쳐주고 있는 땅속 뿌리는 어떻게 생겼기에 이렇게 거대한 나무들을 지탱하며 버텨주는 걸까. 


그 중 어떤 나무는 울퉁불퉁, 우락부락 튀어나온 가지를 감추려는듯 작고 푸른 잎들을 맺고 있었는데, 윗 부분은 거의 감쌌지만, 땅과 가까운 기둥 부분까진 미처 손을 쓰지 못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래선지 몰라도 다른 큰 나무들 주위는 잔디를 심지 않아 맨땅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이 나무는 잔디라도 바짝 자라게 해서 아쉬움을 달래주려는 것 같았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이 숲길을 가꾸는 이들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