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raveling/Wonderful CapeTown
또 다른 최후의 만찬
iami59
2010. 11. 2. 10:32
로잔대회가 열린 컨벤션센터 로비에는 여러 단체의 부스가 들어섰는데, 그 중 하나가 하얏트 무어(Hyatt Moore) 선생이 작품을 전시하고 직접 그리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어 쉬는 시간마다 방문했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한 번 올릴 생각이다.)
유명한 위클리프 성경번역선교회(한국에서는 GBT란 이름으로 활동중) 미국 이사장을 지낸 경력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열두 종족 사람들을 데려와 최후의 만찬을 새롭게 해석했다. 가로가 6미터, 세로가 1.4미터에 캔버스에 유화로 그린 것이니 캘리포니아에 있다는 원작 앞에 서면 대단한 느낌이 들 것 같다. 현장에 전시된 1.5미터 크기로 축소 프린트된 작품을 $475에 팔았는데, 지를까 하다가 꾹 참고 책갈피 몇 개만 얻어 왔다.
왼쪽부터 몬타나의 크로우족, 북아프리카의 버버족, 케냐의 마사이족, 중국, 에콰도르,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예수님(^^)에 이어 에디오피아, 멕시코의 쩨탈족, 브라질의 카넬라족, 파푸아 뉴기니아, 브리티시 콜럼비아의 살리쉬족, 몽고 사람이 등장하는 걸작이다.
홈페이지(hyattmoore.com)의 작품해설에는 2000년에 그려진 것으로, 그림에 나오는 12종족이 아마도 자기네 말로 된 성경을 갖게 된 것을 기념해 그린 것 같았다. 그렇다면 더더욱 걸작이 아닐 수 없겠다.
또 하나의 최후의 만찬은 도착한 날 점심식사를 한 멋진 프렌치 식당 쏘시에티(Societi) 홀 한편에 걸려 있었다. 이 식당을 배경으로 한 현대적 해석인데, 남아공 젊은이들 가운데서도 백인들을 중심으로 그린 것 같았다.
12군상의 표정과 자세가 재미있고, 패션도 눈길을 끈다. 중심에 있는 예수님을 마치 뮤지컬의 주인공처럼 핸섬한 백인 남성으로 그렸으며, 열두 명 가운데 슬그머니 여성도 서너 명 배치한 게 미소를 짓게 만든다.
쏘시에티는 이번에 먹은 음식 가운데 첫째 둘째를 겨룰 정도로 음식도 좋았지만, 벽에 붙은 이 그림 하나로 20시간이 넘는 비행의 피로를 단숨에 씻어 주면서 몸과 마음을 슬슬 여행 모드로 진입시켰다. 즐거운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