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andering/동네산책
갈까 말까 하다가
iami59
2018. 2. 11. 00:00
2월이 됐는데도 연일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점심 때 산에 가는 일은
두어 주간 엄두를 못내다가 추위가 조금 수그러진 틈을 타서 다녀왔다. 평소 다니던 길을 벗어나
조금 완만한 길을 걸었는데, 중간에 개울 쪽으로 내려가 건너는 데가 나왔다. 높이는 5미터 정도지만
눈이 조금 덮여 있는 게 가파른 경사를 이루고 있어 미끄럽진 않을지, 괜히 한겨울에 내려가려다가
넘어져 고꾸라지진 않을지 걱정이 몰려왔다.
다른 계절 같았으면 천천히 내려갈 수 있었을 텐데, 조금 망설여졌다. 아무일 없었다는듯이
돌아서면 간단하지만, 그러면 가오가 안 서고 스스로 쪽팔리는지라 살살 내려가 보기로 하고
천천히 한 걸음씩 발을 내딛었다. 붙잡고 내려갈만한 나무도 없어 순전히 발바닥 힘과 균형감각으로
버텨야 하는데, 다행히 얼어붙어 있진 않아 염려는 기우가 됐고, 물이 얼어 있는 개울을 건너
좀 더 갔다올 수 있었다.
막상 내려오고나니 사실 별 거 아닌 거였는데, 처음 맞닥뜨렸을 땐 왜 그리 어려워 보이고
찰나의 순간에 온갖 시나리오를 썼다 지웠다 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조심조심 내려오다가
자칫 미끄러지거나 고꾸라지는 불상사를 안 겪으란 법은 없지만, 그래도 그냥 돌아서지 않고
시도해서 성공한 자신에게, 내 발에 1점을 더 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