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andering/동네산책
엎어진 바퀴
iami59
2018. 3. 7. 00:00
어렸을 때 용산에 살아 거리에서 종종 미군 군용차들을 본 기억이 나는데, 덩치들이 커서인지
국방색으로 칠해서인지 미군차들은 크고 각이 졌다는 느낌이 남아 있다. 요즘처럼 도로가 잘 포장되지
않아 먼지 풀풀 날리며 지나가는 차들을 꼬마들은 무어 그리 신난지 소리지르며 따라다니던 기억도
어렴풋이 남아 있다. 계원대 산기슭에 미술 작품으로 설치했다가 철수한 군용 지프차 한 대가
덩그러니 서 있어 가끔 지나갈 때마다 옛 생각이 이어질듯 말곤 한다.
폐차 직전의 차를 전시 용도로 구헸는지, 문짝을 비롯해 유리와 엔진의 주요 부품들은 애시당초
없고 차체만 남아 있는데, 그래도 바퀴는 달려 있다. 그런데 앞바퀴와 달리 뒷바퀴들은 서 있지 않고
땅바닥에 널부러져 있는데, 무얼 보여주려는 건지 감이 잘 안 잡힌다. 하긴 대학 캠퍼스에 군용 지프가
서 있는 것부터가 안 어울리는데, 당연히 전시 목적일 테니 이런 포즈가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아무도 없는 곳이니 한 번 올라 타 볼만도 하지만, 그럴 맘이 아직 안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