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먹은 가야밀면
주일예배를 마치고 마포에 나가 사는 g네 집에 갔다 왔다. 계절이 바뀌면서 봄옷을 가져다 주고 겨울옷을 가져와야 했기 때문이다. 이른 저녁을 먹으려고 10여분 걸어서 망원동 텐동 맛집에 갔는데, 헐~! 6시도 안 돼 재료 소진으로 오늘 영업이 끝났단다. 먹을 것 천지인 동네지만, 다시 뭘 먹을까 고민이 시작됐는데, 아내가 오는 길에 밀면 하는 집을 봤다길래 그 집으로 향했다. 마포구청역과 망원역 사이 대로변에 있는 큰 감자탕집인데, 메뉴 하단에 밀면을 써 놓은 걸 용케 본 모양이다.
이 집은 그냥 밀면이라 부르지 않고 가야밀면을 표방하고 있었는데, 부산 갈 때 먹어보진 않았어도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3대 밀면 중 하나다. 유명한 밀면집들은 개금동, 초량동, 온천동 등 동네 이름을 붙이곤 했는데, 가야동 스타일은 어떤지 궁금했다. 밀면은 냉면도 국수도 아닌 애매한 중간맛으로 혀가 기억하는데, 밀면집에 가면 옆 테이블에 동네 할머니들이 와서 천천히 한 그릇 뚝딱 드시고 일어서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부산의 대표적인 소울 푸드 가운데 하나다.
물밀면과 비빔밀면 모두 6천원씩인데, 스덴 냉면 그릇이 아닌 묵직한 구릿빛 유기(鍮器)에 담겨 나왔다. 이런 집에 오면 당연히 곱배기를 시키거나(천원씩 더 받는다) 물과 비빔을 함께 시켜 번갈아 먹으면서 맛도 음미하고 포만감도 느끼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이 집은 간장색 육수에서 한약재 향이 많이 났고, 다대기는 짜고 매운 경상도 맛을 내 서울 사람 입맛에 아주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맛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서울에서 우연한 기회에 밀면, 그것도 가야밀면을 맛보는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