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andering/동네산행

앞태 옆태 뒷태

iami59 2018. 5. 19. 00:00

산길이 충분히 나 있지도 않지만 길이 없는 것도 아니고, 완만하지만 계속 오르막이 이어지는 예봉산 샛길 트레킹을 타박타박 하고 있는데 저 앞에 소나무 한 그루가 보이기 시작했다. 산길엔 소나무가 흔하기도 하고, 워낙 휘거나 굽어지길 잘하는 나무인지라 여간해선 눈에 안 들어왔을 텐데, 마치 긴 손가락 두 개를 겹쳐 둥그런 작은 공간을 연출한 모양새라 잠시 흥미가 느껴졌다. 

 

대개 산길에서 이런 모양을 하고 있는 나무나 바위를 만나면 처음엔 신기해 하면서 앞뒤를 살펴보게 되지만, 조금 이력이 붙으면 그냥 덤덤히 지나치곤 한다. 경험상 별 게 아닌데 멀리서 보면 뭔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많다는 걸 약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올라갈 길이 바쁜데 굳이 발걸음을 멈춰 살펴보는 게 약간의 시간 낭비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도사는 아니지만^^, 이번에도 내 추측이 맞았다. 어떻게 생긴 나무인지 나무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노라니 그런대로 흥미를 유발시킨 앞태와는 달리 옆태나 뒷태가 딱히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평범한 나무였다. 아직 제대로 된 등산로는커녕 능선도 나오지 않아 마음도 급하고 갈 길이 바빠 그냥 지나쳤어도 될 나무였는데, 그래도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에 잠시 걸음을 멈췄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하산길에 이 나무를 먼저 봤더라면, 그러니까 뒷태부터 봤더라면 당연히 아무런 감흥 없이 그냥 지나쳐 내려왔을 텐데, 하필이면 오르막길에서 구멍 뚫린 가지 모양을 하고 있는 걸 먼저 봐서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산길을 걷다 보면 이런 일, 이런 순간을 많이 겪게 되는데, 그래도 간혹 앞태 못지 않은, 앞태보다 나은 옆태나 뒷태를 볼 수도 있으니 이런 관찰을 거둘 수 없다. 

 

이성산 돌무더기 앞태 뒷태 (10/2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