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raveling/Wonderful CapeTown

하얏트 아저씨

iami59 2010. 11. 13. 12:55

로잔 대회에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 기억에 남는 이 중 하나가 하얏트 무어(Hyatt Moore) 아저씨다. 아니, 정확히는 하얏트 화백님이다. 참가자들이 많이 오가는 1층 로비 한 켠에서 대회 기간 내내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에게 그림을 설명해 주곤 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접근을 시도하는 데가 없지만, 내가 참가한 국제적인 행사들에선 대회장 한 편에서 대회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이들이 있고, 이들의 그림이 완성되면 무대나 대회장의 잘 보이는 곳에 전시되곤 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청소년 사역기관인 Youth Specialties가 주관하는 National Youth Workers Convention에서도 그랬다. 

직접 그림을 그리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마련이다. 예술과 사역의 결합이란 거창한 타이틀을 내걸지 않더라도 대회 분위기와 품격을 높이는데 나름대로 한 몫 하는 것 같다.
  

하얏트 아저씨는 이번 로잔 대회 참가자들 가운데서도 몇 사람을 골라 즉석에서 그의 얼굴을 그리는 것 같았다. 웬만한 내공이 쌓이지 않고는 시도하기 어랴운 작업일 텐데, 그림을 그리는 이나 대상으로 선정된 이나 신나는 작업 같았고, 오며 가며 보는 사람들도 신기해 하고 즐거워 했다.

 

하얏트 아저씨가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단순히 화가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놀랍게도 그는 성경이 없는 종족들을 찾아가 2, 30년 함께 살면서 그들의 말을 배우고 글자를 만든 다음에 성경을 번역하는 위클리프 선교회(Wycliffe Bible Translator)에서 32년을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화가와 마케팅 분야에서 일한 그의 배경을 볼 때 직접 성경을 번역하는 사역을 한 건 아니겠지만, 어쨌든 대단한 커리어를 갖고 있는 분이었다. 5년 동안은 미국 위클리프의 이사장으로 있었다니 리더십도 검증된 이 같았다.
 

사람의 얼굴을 주로 그리는 그의 예술 작업은 개개인의 아름다움과 품위를 사랑스럽고 예술적으로 담아내는, 도전이고 소명이란다.
 

로잔 대회 기간 중 그린 건지, 아니면 완성만 시킨 것인지 같은 스타일의 작품들이 마치 또 다른 12제자를 의미하는 것처럼 서 있었다. 그리고 이 작품들은 폐회식 무대를 장식했다. 번역선교회 리더답게 종족과 성별, 연령을 가리지 않고 망라한 것 같았다. 그가 한국인을 그리면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했다. 
 

자신의 작품을 배경으로 미소를 짓는 그의 표정도 작품 속의 인물들과 닮아보였다. 하나님 나라 백성들을 그린 그는 어쩌면 자신을 그려냈는지 모르겠다.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12부족이 등장하는 <최후의 만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