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andering/Joy of Discovery

비슷한 가르침

iami59 2018. 9. 29. 00:00

하남과 광주 경계를 이루는 은고개를 지나 남한산성 순환로에 접어들어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동문이 보이고, 안쪽으로 아스팔트를 따라 잠시 올라가면 장경사와

망월사가 나온다. 그 중 장경사 일주문을 지나 경내에 들어서면 대웅전을 비롯해 불당과 스님들의

요사채(거처)마다 문기둥에 한자와 한글로 부처의 이런저런 가르침을 싯구처럼 적어 놓았는데,

종교의 가르침들이 대개 그렇듯이 한 번 새겨볼 만한 구절들이 많다.

 

그 중 거의 성경과 흡사한 내용이 걸려 있는 데가 있는데, 잠시 교회당에 왔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당장 떠오르는 게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 앞에서 선한 일을 도모하라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로마서 12:17, 21)인데, 절 이름이 아니라 교회 이름을 

걸어 놓았더라면 성경 말씀으로 받아들이면서 얼떨결에 "아멘!" 했을지 모르겠다.^^ "좋구나! 

옳은 말씀이로다!"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물론 자구가 비슷하다고 해서 뜻까지 흡사한 건 아닐 것이다. 이런 말씀들이 주어진 정황에

차이가 있고, 선과 악에 대한 정의나 함축하는 의미가 달라 동일선상에 놓는 건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어쨌거나 서로 전혀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친근한 내용이어서 참 보기 좋았다. 부담 없어

보이는 서체도 한몫했는데, "뭇 선을 받들어 행하라" 같은 품격 있어 보이는 표현도 너무

정중하고 고루해 보이는 궁체로 써 놓았다면 이런 따뜻한 느낌을 받지 못했겠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