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andering/동네산행

절묘한 임시방편

iami59 2018. 10. 16. 00:00

산길에서 돌탑은 아닌데 나무에 기대어 그 비스므리하게 쌓아올린 게 보였다. 돌탑은 꼭 높게만

쌓지는 않고 돌 두세 개로도 얼마든지 멋진 돌탑을 이루는데, 이건 조금 어색해 보이는 게 약간

수상했다. 몇 걸음 더 가 앞쪽을 보니 역시나, 나무에 붙여 놓았던 타원형 꽃팻말이 떨어진 걸

지나다니던 이가 내버려두지 않고 임시방편으로 세워 놓은 거였다.


이 나무가 철쭉일 리는 없을 테고^^, 아마 처음엔 뒷편 철쭉 앞에 세워놓거나 달아놓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느슨하고 헐거워져 굴러 다니게 된 걸 본 누군가가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근처

나무에 살짝 기대놓았다가 더 이상 흔들거리지 않도록 앞뒤로 적당한 돌을 받쳐놓은 모양이다.

그리 단정하고 매끈한 모양새는 아니었지만, 안 해 놓는 것보단 나아 아쉬운대로 내용은 읽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지금은 철이 아니지만 봄날에 산에 오르면 분홍색꽃 진달래와 철쭉을 헷갈려하는 이들이

제법 되는데, 이런 팻말이 있는 것과 없는 건 차이가 크다. 물론 팻말의 내용을 지금처럼 무슨

백과사전이나 식물도감처럼 어려운 학명까지 쓰지 말고, 그냥 보는 사람 입장에서 꽃 모양이나

가지 모양을 구분할 수 있도록 실용적으로 쓰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그래도 이 정도면

그런대로 단정하고 볼만한 팻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