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andering/동네산책

낙엽의 사인

iami59 2018. 11. 23. 00:00

땅에 떨어져 굴러다니고 이리저리 쓸리고 발에 밟히면서 찢기기도 하고 비에 젖어 사그라들기도 

하고 땅속으로 흡수되기도 하는 낙엽들 가운데 하나가 그냥 이대로 사라져 갈 수 없다는 듯이 뒷면에 

이름을 새겨놓았다. 도드라져 보이는 게 영락없는 사인이었는데,. 비록 나뭇가지로부터 떨어졌지만 

존재감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 같았다. 이런다고 누구 하나 알아봐 줄 리 없지만 그래도 자기 

존재를 마지막 순간까지 유지하고 꾸미고 싶은 본능적 발로인지 모르겠다. 


낙엽이 남긴 사인은 크기나 스타일이 마치 화가가 그림을 다 그린 다음 마지막 사인을 한 것처럼, 

서예가가 낙관을 직은 것처럼 그럴듯해 보였는데, 뭐라고 썼는지 가까이 가서 살펴봤다. 안타깝게도 

자기만의 고유 언어나 표식인 듯 정확하게 파악되진 않았지만, 대충 짐작은 됐다. 떨어진 날짜를 

썼거나, 머물던 나뭇가지 위치 정보, 아니면 나무 이름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뭐 아니어도 

이런 흔적을 남긴 것 자체만으로도 남다른 나뭇잎임은 분명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