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andering/동네산행
제철이 아니어도 아름답구나
iami59
2020. 3. 26. 00:00
날이 따뜻해지면서 산도 아연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겨우내 말라붙었던 가지에 초록잎이
새로 돋아나는 풍경은 아직이고 4월말, 5월초까지 좀 더 기다려야 하지만, 곳곳에서 바스락거리는
미세한 생동감이 연출되고 목격된다. 화려한 한 철을 보낸 대부분의 이파리들은 진작에 떨어져
앙상해지고 볼품 없어졌지만, 해가 바뀌고 철이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마른 채로 가지에
달려 있어 새삼 아름답게 느껴지는 시절이기도 하다.
햇볕이 강해지면서 좀 더 따뜻해지고, 비가 내리면서 수분을 흡수한 나무가 새 이파리들을
맺으려 마른 이파리들을 완전히 떨구어내기까지 버티고 있는 빛바랜 갈색 이파리들에 문득 시선이
머물렀다. 참나무들과 단풍나무 이파리들의 빛바랜 컬러가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다. 조만간
새로운 라인업들에게 자리를 비켜주겠지만, 그때까지 묵묵히 최대한 지키고 있는 모습이
무대를 받치는 앙상블(조연급과 뭐든 해 내는 단역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이파리들만 아니라 마른 풀들도 힌든 겨울을 함께 견뎌왔다. 바위 옆에서 마치
가지런히 꽃꽂이를 해 놓은 것처럼 살짝 몸을 기울이고 있는 빛바랜 풀들에 어, 너희들도 아직
거기 있었구나 하면서 눈길이 간다. 이들이 겨우내 산을 지키고 있었기에 곧 펼쳐질 찬란한
봄 여름의 기초랄까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겠거니 싶다. 새삼 빛바랜 나뭇잎들과 풀잎들이
이름다워 보이는 이른 봄날이었다.